[시가 있는 갤러리] 이갑수 '도깨비 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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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면 쓴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은
제 도깨비 감투를 쓰고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들 간다
인간들은 모두
사람 감투를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사람들만 사는 줄로 알게 된다는 사람 감투를 쓰고서
투명인간처럼 나아간다
-이갑수 '도깨비 감투' 전문
감투는 남에게 자랑하는데 더할 나위 없다. 그래서 너도 나도 바늘 구멍같은 벼슬 길에 줄을 댄다. 도깨비 감투는 쓴 사람만 속으로 대견하고 기분 좋은 것이다. 어릴 적 들은 설화는 우연히 얻은 도깨비 감투를 쓰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주인공이 지나가던 사람의 담뱃불에 감투를 태우게 되고,그걸 빨간 헝겊으로 기운 게 결국 꼬투리가 돼 발각된다는 줄거리였다. 시인은 인간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나무와 꽃과 구름과 해가 지켜보고 있다고 읊는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는 터. 전직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오수(汚水)를 통해 도깨비 감투 놀이의 실재를 확인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릴없는 인간 군상들이여.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
쓰면 쓴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은
제 도깨비 감투를 쓰고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들 간다
인간들은 모두
사람 감투를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사람들만 사는 줄로 알게 된다는 사람 감투를 쓰고서
투명인간처럼 나아간다
-이갑수 '도깨비 감투' 전문
감투는 남에게 자랑하는데 더할 나위 없다. 그래서 너도 나도 바늘 구멍같은 벼슬 길에 줄을 댄다. 도깨비 감투는 쓴 사람만 속으로 대견하고 기분 좋은 것이다. 어릴 적 들은 설화는 우연히 얻은 도깨비 감투를 쓰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주인공이 지나가던 사람의 담뱃불에 감투를 태우게 되고,그걸 빨간 헝겊으로 기운 게 결국 꼬투리가 돼 발각된다는 줄거리였다. 시인은 인간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나무와 꽃과 구름과 해가 지켜보고 있다고 읊는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는 터. 전직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오수(汚水)를 통해 도깨비 감투 놀이의 실재를 확인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릴없는 인간 군상들이여.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