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러 오셨어요?"

16일 국내 최대 중고차시장인 서울 장안평 매매단지.지하철 장한평역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중고차 호객꾼'들이 잇따라 말을 걸어왔다. 지하철 출구에서 단지까지 이어진 거리를 걷는 20분 동안 30명이 달려들었다. 스타렉스 중고차를 팔던 한 개인 딜러는 "이번 주 들어서는 겨우 차 한 대를 파는 데 그쳐 궁여지책으로 거리로 나왔다"며 "손님들이 혹시 잃어버릴까봐 명함을 두 장씩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경기침체에다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정부의 세금감면 조치 발표로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시기를 늦추면서 중고차 시장은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반토막난 중고차 거래


서울중고차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이 조합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6806대로 전년(8482대)에 비해 24% 줄었다.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정부의 자동차 지원 방안이 알려지면서 거래가 더 줄었다.

정부의 자동차 지원 방안이 확정 · 발표된 지난 12일 이후부터는 거래가 더 위축되고 있다. 장안평매매단지 내 중고차업체인 자마이카의 부영일 영업팀장은 "세금감면 조치가 시행되는 다음 달 이후부터 중고차 가격도 동반 하락할 것을 기대하는 수요 대기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번 주 중고차 거래는 3월 초 · 중순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판매가 안되다 보니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영업을 포기하고 지방 딜러들에게 차량을 넘기는 '도매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차 가격은 아직까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고차 딜러들이 한두 달 전 고가에 매입한 차량이 많아서다. 딜러들은 매매가 줄어들더라도 손해를 보면서 팔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가양동 매매단지 내 대흥모터스 김도경 부장은 "현재 주행거리 1만5000~2만㎞인 2008년식 쏘나타 가격은 트림(옵션에 따라 세분화된 차종)별로 1700만~1900만원에 거래되는데 이는 한 달 전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는 가격도 떨어질 전망

세금 감면이 시행되는 다음 달부터는 중고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딜러들이 많았다. 이들은 2008~2009년 출고된 주행거리 1만㎞ 미만의 '신차 같은 중고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0년째 중고차 매매업을 해 온 장안모토프라자의 최관 사장은 "다음 달 초부터 중고차 가격이 하락해 결국 소형급은 50만~100만원,준중형급은 100만~150만원,중형차는 150만~2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발빠른 딜러들은 벌써 가격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태주 스피드메이트 영업부장은 "중고차를 사려던 고객이 신차 구매로 돌아서는 것에 대비해 준중형급 중고차 값을 50만원 정도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격 인하 압력에 처해 있긴 해도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거는 딜러들도 있었다. 부영일 팀장은 "다음 달부터 신차 가격과 중고차 가격이 동반 하락하게 되면 7~8월께부터는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딜러들은 "정부 세금 감면 조치로 신차 수요도 별로 늘지 않을 것이고,따라서 중고차 시장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열/박동휘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