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문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원회 구성원 전원의 사진을 16일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뿐 아니라 위원 8명의 사진도 함께 실어 내외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김정일 3기 체제에서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즉 국방위원회가 건강상 문제가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보좌해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 · 운영하는 최고의 권력기구가 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2인자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원으로 진입함에 따라 앞으로 국방위는 장 부장을 중심으로 군사뿐 아니라 정치 · 외교 등 북한의 국정 전반을 관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국방위는 실질적인 통치 기능뿐 아니라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까지 관할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지고 있는 삼남 김정운과 장남 김정남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이 실질적인 국방위의 최고 권력자가 되면서 후계구도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인해 김 위원장 1인의 절대권력에 의해 운영되던 시스템이 국방위원회라는 집단지도체제적 형태로 기구를 통한 보좌 · 위임 통치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개정헌법도 이러한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권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3년 국방위원에 선출됐으나 얼굴이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백세봉 위원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전담하는 업무 특성상 좀처럼 대내외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우동측 부부장의 얼굴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