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의 부진에도 휴대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원 · 달러 환율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오른 데 따른 효과가 더해져 오는 24일 발표될 영업적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흑자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것도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에 15일 삼성전자는 1.74% 오른 5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쳐 3일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외국계 창구로 매물이 쏟아졌지만 막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2분기엔 반도체까지 흑자 전환 전망도


현재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적자 시장 전망치는 평균 3599억원으로 지난달 예상치(6000억원 적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실적 전망치를 아직 수정하지 않은 증권사를 제외한 주요 증권사의 예상 영업적자폭은 2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LCD 부문의 적자폭이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나 휴대폰 사업이 예상 외의 호조를 보여 이를 상당부분 상쇄할 것"이라며 "1분기 영업적자는 당초 전망(512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810억원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외국계인 노무라증권도 이날 당초 6110억원이던 영업적자 전망치를 330억원으로 크게 줄여 제시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흑자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망했고 하나대투증권은 흑자폭이 187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 달 전만 해도 459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3월 휴대폰 매출이 20~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실적 전망치를 대폭 올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LCD 부문의 실적 개선 속도는 아직 더디지만 가전 및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실적은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반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2분기엔 반도체 사업도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로 LCD 부문의 적자폭도 줄어 2분기에는 영업이익 규모가 5400억원으로 늘어나 뚜렷한 실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주가 '쑥쑥'


실적 전망치가 크게 개선되면서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도 잇달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으로 실적 턴 어라운드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며 69만원이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1만원으로 크게 높였다. 이는 국내외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과 D램 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가격 회복 가능성, 중장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시장지배력 등을 감안할 때 주가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 75만원을 제시했다.

다만 지난달 주가 반등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부분 반영돼 단기적으로는 실적 발표일까지 숨고르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국 인텔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시간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1분기 실적 호조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경기가 불안정해 삼성전자 측이 2분기 이후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가 주춤한 가운데 기관과 개인도 주가 탄력이 더 큰 하이닉스 등으로 몰리고 있어 주가 상승 속도는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