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때문인지 사업을 하면서도 늘 가난에 시달리는 유능한 학생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이들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

60대 사업가가 동문 후배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했으면 좋겠다며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았다. 이성희 현마산업 회장(67 · 사진)은 최근 한국외국어대에 30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이 중 1억원을 현금으로 기탁했다.

1964년 한국외대 외교학과에 입학한 이 회장은 그 해 한 · 일 정상회담 반대 투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제적돼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이것이 계기가 돼 그는 일찌감치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인천제강과 문경시멘트를 창업하기도 한 당숙 이동준 전 인천중공업 회장(작고)의 권유로 1967년 3월 25세의 나이에 한국셀로판 사장을 맡았다. 젊은 나이에 의욕만 갖고 시작한 첫 사업은 그에게 실패를 안겨 줬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1972년 한국 최초의 쌀통 제작회사인 부신을 설립했다. 한때 국내 쌀통 시장을 제패할 정도로 사업이 잘됐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1979년 삼우무약을 설립,당시 호황이던 무역업에 진출했으며 1990년 7월 한방과 양방을 결합한 제약회사 삼우제약을 세웠다. 2002년부터는 서울 종로에 현마산업을 설립,부동산 관련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기업가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교육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2001년 한국외대 겸임교수로 위촉돼 '한국기업 전략론'과 '세계기업 전략론' 등을 강의해 2년 연속 '최고 강의상(Teaching Award)'을 받았다. 한국외대는 지난해 참된 기업인과 스승상을 구현한 공로를 인정해 이 회장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서 복권되면서 대학졸업장을 받았다. 또 카자흐스탄 현지 대학에 한국어 강좌 개설을 도와 고려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장학금을 받는 후배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국가에 기여하는 인물이 됐으면 한다"며 "후배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장학금 모금 운동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이 회장의 아호에서 딴 '현마(玄馬)' 장학기금을 만들어 우수 신입생을 선발,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