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09 서울모터쇼'가 막을 내렸다.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잔치라 할 수 있는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96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한국차와 수입차가 나뉘어 각각의 모터쇼를 열다가 2005년에서야 의견을 모아 함께 개최한 지 세 번째 만에 다시 반쪽짜리 모터쇼가 돼버렸다. 경제 사정이 좋지않은 게 큰 이유이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수치상으로만 보면 2007년 서울모터쇼는 10개국 186개 업체가 참가해 252대의 모델을 선보였다. 올해는 9개국 158개 업체 149대의 모델이 전시됐다.

출품모델 수만 보더라도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의 참가는 참혹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아우디,렉서스,링컨,도요타,포드,혼다,폭스바겐 등 6개사 8개 브랜드만이 부스를 채웠고 BMW를 비롯 GM과 크라이슬러,닛산,인피니티,미쓰비시,재규어,랜드로버,볼보,사브,푸조,롤스로이스,마이바하,미니,페라리,마세라티,벤틀리 등 16개 브랜드가 쇼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은 모터쇼에서 국산차는 물론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수입차를 다양하게 보기를 원한다. 개성이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다양한 신차와 컨셉트카의 기술과 디자인을 비교해보고 자동차의 미래를 그려보는 즐거움은 모터쇼 관람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서울모터쇼의 매력은 반감됐다. 2007년 모터쇼 때와 같은 돈을 주고 입장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차종과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 점은 지금까지도 아쉽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서울모터쇼만의 특별한 개성과 위상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웠지만,환경에 대한 노력은 이미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기에 특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서울모터쇼는 토리노모터쇼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토리노모터쇼는 1900년에 시작돼 파리오토살롱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모터쇼였다. 그러나 볼로냐모터쇼와 행사 내용이 겹치면서 2000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열리지 못하고 있다. 토리노는 모터쇼가 사라지면서 자동차 산업도 자연스레 사양길로 접어들어 이제는 주목받지 못하는 도시가 돼버렸다.

서울모터쇼는 글로벌 5대 모터쇼의 하나로 자리잡은 도쿄모터쇼와 최근 급부상하는 상하이모터쇼 사이에 끼어있다.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서울모터쇼가 살아남으려면 도쿄모터쇼나 상하이모터쇼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조직위원회는 이제 자축을 끝내고,2년 후의 서울모터쇼를 위한 그 무엇을 고민해야 한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