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남자에게 시계는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불황속에서도 남성 시계의 인기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이를 두고 "시계는 남성 패션의 완성"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에서 올해 1분기 중저가 시계의 매출 신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32%나 늘었다.

명품 시계도 28%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시계 매출신장세는 남성이 주도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중저가 시계 매출 중에서 남성 시계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명품 시계의 경우 남성 제품이 60%로 역시 여성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CK, 티소, 라도, 론진 등의 브랜드를 팔고 있는 스와치 편집숍은 지난해보다 무려 134%나 매출이 늘었다.

구찌, 게스 시계도 각각 13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올초부터 이달 9일까지 브레게, 로렉스, 바쉐론 콘스탄틴 등 가격이 1억이 넘는 '위버 럭셔리급' 시계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38%나 증가했다.

세린느, 에르메스, 구찌 등 패션시계는 31%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론진, 라도, 브라이틀링, 태크호이어 등 전문 시계 브랜드들도 35%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계 매출의 신장률은 남성 고객 덕분이다.

현대백화점에서 전문 브랜드 시계나 고가의 럭셔리급 시계고객 중 남성 비중이 지난해 70%에서 올해에는 73%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일반 남성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시계의 평균 가격도 2006년엔 38만 원선이었으나 2007년엔 42만 원, 2008년 46만 원에서 올해에는 47만 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시계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남성 시계 열풍'이 불고 있다.

올초부터 9일까지 시계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9%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공식 시계 브랜드로 유명해진 론진의 경우 매출 신장률이 120.4%에 달했다.

이 중 남성 시계의 매출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일럿들이 사용한다는 항공시계로 유명한 브라이틀링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110% 신장했다.

브라이틀링의 '네비타이머' 시계는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신세계백화점은 전했다.

브라이틀링, 론진, 까르띠에 등 수백만~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도 평균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0만 원대의 스포츠 시계인 '그랜드 비테세' 시계는 20대 남성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

또 엠포리오 아르마니, 펜디, 폴 스미스 등 20여개 명품 브랜드의 시계를 편집 매장 형태로 판매하는 '갤러리어클락'은 매출이 작년동기 대비 25.1% 신장했다.

이 중 폴스미스, 보스, 엠포리오아르마니 등의 브랜드는 남성 고객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스포티한 남성 시계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티쏘(Tissot)'도 106.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남성들의 시계에 대한 애착을 놓고 사회적 지위, 패션의 완성 등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품시계 담당인 박상옥 매니저는 "시계는 남성 패션의 완성으로, 최근들어 남성들의 악세서리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손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정중용 시계 바이어도 "시계가 20~40대 남성 사이에 대표적인 액세서리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30만∼50만 원대 시계를 3-4개씩 보유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표기하는 기계가 아닌,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표시하는 대표적인 악세서리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10만~20만 원대의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수천만원대의 명품 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남성 시계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 시계 열풍이 불자 백화점들은 매장내에 시계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계 전문 편집숍을 늘리는 등 남성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