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에 가장 민감한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1분기가 소비경기 바닥이고,하반기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2일 국내 주요 유통업체 CEO 37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4%(24명)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랭한 소비경기가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설문에는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석강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민형동 현대홈쇼핑 사장 등 백화점(8명),대형마트(5명),대형슈퍼마켓(SSM · 4명),편의점(5명),온라인몰(6명),홈쇼핑(4명),아울렛 · 양판점(5명) 등의 CEO 37명이 참여했다.

◆1분기 소비경기 바닥

소비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 유통 CEO 13명(35.1%)이 올 4분기,9명(24.3%)은 올 3분기를 꼽았다. 반면 '내년 상반기'나 '내년 하반기 이후' 회복을 예상한 CEO는 각각 6명(16.2%)에 그쳤다. 하반기 소비경기 회복을 전망하는 이유로 CEO들은 주로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책 가시화 등을 들었다.

A백화점 대표는 "최근 환율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부터 소비심리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B대형마트 대표는 "국내 소비경기 진작을 위해선 부동산 환율 주가 등이 안정돼 실질소득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CEO들은 2분기 이후 해당 유통부문의 경기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예상이 많았다. 1분기에 비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내다본 CEO가 14명(37.8%)으로 '다소 악화'(7명 · 18.9%)의 두 배였다. '1분기와 비슷'하다고 전망한 CEO는 40.6%(15명)로 CEO 10명 중 8명은 2분기부터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즉 1분기를 소비경기의 바닥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또 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안전 먹을거리와 알뜰소비를 제시한 CEO들이 많았다. '추억의 상품전' 등 예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과 저가 상품 구매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경기 불황으로 가장 타격이 심한 상품군(복수 응답)으로 대다수 CEO들이 '의류'(67.6%),'가전 가구'(51.4%)를 들었다. 또 백화점의 1분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유통 CEO의 절반가량(45.9%)은 가장 타격을 받는 부문으로 '백화점'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현장 체감경기는 아직 냉랭

반면 백화점,대형마트,아울렛 등의 소비현장에서는 아직까지 경기 회복 조짐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이날 하나로클럽 양재점을 찾은 주부 윤영주씨(42)는 "작년까진 자주 마트에 들러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주일에 딱 한번 목록을 정해 찾는다"며 "요즘은 특가 상품이 많지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구매를)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01아울렛 중계점의 남성정장 코너 직원은 "금요일 오후 7~8시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지만 불황 탓으로 손님이 작년 이맘 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1만~2만원짜리 매대 할인 상품만 찾는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을 찾은 고모씨(40) 가족은 "여름옷 예산을 지난해보다 20만원 줄인 30만원으로 잡았다"며 "고급품을 파는 백화점인데도 매대 상품들이 너무 싸 경기가 어렵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송태형/안상미/최진석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