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비용절감에 나서는 가운데서도 아낌없는 R&D 투자에 나서고 있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3M 등 사례를 소개했다.WSJ이 미국내 28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상 기업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7.7% 감소한 반면 R&D 투자는 0.7% 줄어드는데 그쳤다.

WSJ은 애플과 모토로라를 비교하면서 불황기 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애플은 매출이 6% 이상 줄어든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R&D 지출을 무려 42% 늘린 덕에 전세계 히트 상품인 ‘아이팟’을 탄생시켰다.반대로 모토로라는 2002년 R&D 투자를 13% 줄인 결과 2004년 초박형 휴대폰인 ‘레이저(RAZR)’가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후속작 개발에 실패해 시장을 잃었다.컨설팅업체인 부즈앤코 관계자는 “R&D를 등한시한 기업은 경기회복기에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R&D 투자 규모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중요하다.WSJ은 2007년 소프트웨어 업계가 매출의 13.6%를 R&D에 투자할때 오라클은 매출의 12% 투자에 그쳤지만,작년에 흑자 규모가 전년대비 29% 증가했다고 소개했다.비효율적 R&D 투자 사례로는 파산 위기에 몰린 제너럴모터스(GM)가 꼽혔다.GM은 경기침체기인 2001년부터 2003년 사이 소형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대신 대형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SUV) 등 경쟁력 없는 차종에 투자를 집중해 위기를 맞았다.

신문은 “지난해 미국(4%) 일본(2%) 유럽(-1%) 등 선진국의 R&D투자 증가율이 더딘 사이 인도 중국 등 신흥국들이 각각 7%에 달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 앞다퉈 나섰다”며 “이들에게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