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이 감격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늘 차림새가 단정하던 그는 수염도 깎지 않고 머리도 산발한 채였다. "

'로마인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율리우스 카이사르'편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이다. 적에게 고립됐던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총사령관 카이사르는 산발한 채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름을 부르며 병사들의 손을 잡았다.

급한 마음에 기병만 이끌고 며칠을 달려온 카이사르였던 만큼 머리를 매만질 시간이 정말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는 병사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알았던 그만의 감성경영이었다고 봐야 한다.

카이사르는 부하들을 흥분시키는 데도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9000명이 넘는 전우를 잃고 충격에 빠진 병사들을 모아놓고 그는 "신들의 도움과 여러분의 용기로 이미 복수를 끝냈다"고 웅변을 토했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카이사르가 위기를 넘긴 후 짧은 시간 동안 취한 일련의 조치를 이렇게 평한다.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의 총사령관에게 일개 졸병까지도 물들고 있었다. " 경영자인 당신의 생각과 비전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 물들어 있을까.

21세기 들어 감성경영이 유행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마음이 들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뼈를 묻겠다는 사람들은 이미 사라졌다. 단기성과주의와 책임주의에 많은 직장인들은 위축돼 있다. 일을 벌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일에 대해서 마음이 동하지도 않고,흥분도 하지 않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거대한 회사,전통 있는 조직이 신생 벤처에 맥을 못 추는 일이 잦아진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다. 아무리 숫자를 들어가며 경제전쟁이라고 외쳐도 사람들은 시큰둥해한다. 차라리 리더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몸으로 부딪치는 게 더 낫다. 때로 퀭한 눈에,면도하지 않은 얼굴이면 또 어떠랴.

전쟁 중에는 원래 그런 것이다. 이순신의 경우도 10 대 1의 절대적 열세였던 명량해전에서 대장선을 몰아 빗발치는 화살과 포탄을 뚫고 적진으로 들어갔다. 적의 규모에 겁먹고 도망가던 부하 장수들이 대장군을 죽게 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 결과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전쟁이 영웅을 낳는다. 우리의 경제 전쟁이 끝날 쯤이면 비즈니스 영웅들도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그때 승리자가 되고 싶다면 감성경영이란 새 덕목을 빠뜨리지 말라.현장경영,모범의 리더십 등이 실천 강령이 될 것이다. 작위적이라고? 카이사르는 2000년 전에 말을 달리면서도 어떤 모습으로 부하들 앞에 나타날 것인가에 신경을 썼다. 부하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