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시가 있는 갤러리] 황인숙 '조용한 이웃'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엌에 서서

    창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봄기운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황인숙 '조용한 이웃' 전문

    첫 이사 와서 일주일,이사 떠나기 전 일주일이 전부다. 이웃엔 누구누구가 살고,창너머에 보이는 작은 언덕이 알프스를 닮았다고 벅찬 가슴을 열어젖혔던 기억 말이다. 이웃을 마음에 담고 살기엔 삶의 무게가 버거울 따름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는 탓도 있다. 인사 잘 안한다 시끄럽게 군다고 타박도 하지 않는 '조용한 이웃'은 수수한 새색시 같다. 차갑게 식힌 햇살과 봄기운 머금은 바람을 먹고 사는 그들이 초록옷을 갈아입고 있다. 이 봄 그들이 있으므로 우리는 행복하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포토] ‘100년 전통’ 日 장어 브랜드 팝업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1~26일 강남점에 일본 100년 전통 장어 명가의 맛을 담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나카안 블랙’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19일 밝혔다.신세계백화점 제공

    2. 2

      우려 쏟아졌던 '레고랜드' 반전…방문객 늘어난 이유

      “레고랜드는 100년 역사를 써 온 ‘레고’라는 슈퍼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오래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합니다.”이성호 ...

    3. 3

      [포토] ‘밀라노 영웅’에 포상금 쏜 신동빈 회장

      신동빈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 겸 롯데그룹 회장(맨 왼쪽)이 19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국가대표 격려 행사에서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왼쪽 두 번째)과 은메달리스트 김상겸(맨 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