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코스피지수가 단기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지속적인 주식 매수에 힘입어 13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우려한 개인과 일부 기관에서 상당한 차익 매물이 나왔지만 외국인은 사흘 사이에 9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안정되고 실물부문에서 돌발악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최근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익실현 물량이 일부 나오더라도 '스마트 머니'가 증시로 유입되기 시작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1400선 아래에서는 큰 매물벽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단기 과열 신호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6.78포인트(0.53%) 오른 1283.75로 마감,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인이 5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 3일째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는 장중 하락 반전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국인이 현 · 선물을 동반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신한지주(759억원) 현대건설(640억원) 현대차(563억원)등을 중심으로 47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매입,이달 들어 9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보이며 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오전 장에서 2000억원이 넘었다가 장 막판 62억원으로 급감한 것도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매수세를 강화해 베이시스(현 · 선물 가격차)가 개선된 덕분이다.

다만 지수가 한 달째 큰 조정없이 줄곧 오르기만 한 탓에 단기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20일 이동평균선 사이의 괴리율을 나타내는 20일 이격도는 반등이 시작된 지난달 3일 91에서 한 달 만에 108까지 급상승했다. 이 수치가 100보다 클수록 지수가 20일선을 상회하는 것을 뜻한다.

주가가 오른 종목 수를 내린 종목 수로 나눈 값인 주가등락비율(ADR)도 상승 추세다. ADR 20일 평균값은 최근 한 달 새 79에서 162로 급증했다.

투자심리 역시 과열 단계다. 최근 12거래일 중 주가가 오른 날의 비율을 표시하는 투자심리선은 3월 초 40에서 이날 현재 80까지 올랐다. 통상 투자심리선이 70을 넘어서면 단기 과열,30 아래면 단기 과매도 국면으로 분류한다.

프로그램 물량도 변수다. 프로그램은 최근 반등장에서 외국인과 함께 수급의 축을 이루고 있지만 조만간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잠재 매물인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은 현재 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10일(8조6038억원)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 증권사의 황빈아 연구원은 "현물과 선물 간 차익거래를 주로 하는 인덱스펀드의 현물 비중이 80%대여서 오는 9일 옵션만기일을 전후해 프로그램을 통해 현물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큰 조정은 없을 듯

단기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 예상되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흐름을 바꾸는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개별 종목보다 시장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므로 추가 상승 기대감은 살아있다"고 평가했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도 "과열 부담으로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일시적인 숨고르기가 나타날 수 있지만 조정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증시 수급을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변수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매수세에 가담한 외국인은 투자 기간을 짧게 가져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술적 과열 국면에서 무조건 따라가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이익이 증가 추세인 기업 중 기관과 외국인이 사들이고 있는 종목에 우선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박해영/서정환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