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국내 냉연강판 생산업체인 A사로부터 원재료인 열연강판 공급 대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작년 말부터 밀린 외상값만 1000억원이 넘는다. A사가 밀린 외상값 지급을 계속 미루자,포스코는 최근 이 회사의 제품 재고를 담보로 잡았다.

국내 기업들이 제때 돈을 받지 못해 장부에 달아놓은 '외상값'이 급증하고 있다. 3일 재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작년 매출채권 규모(12월31일 기준)는 전년 대비 최대 2~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1분기 동안에도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져 기업들의 매출채권 규모는 더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기업들 줄줄이 '외상 폭탄'

매출채권은 매출이 일어났지만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외상'을 뜻한다.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포스코의 작년 매출채권 규모는 3조2324억원.1년 새 7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선박 수주를 거의 못하고 있는 조선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의 작년 매출채권은 4조5954억원으로 전년(2조8114억원)보다 65% 늘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7년 만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무보증)를 발행키로 3일 결정했다. 현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방책이다. 3년 만기에 금리는 연 5.42% 조건이다.

현대상선은 작년 매출채권이 5968억원으로 전년(3668억원)에 비해 63% 증가했다. 대한해운은 612억원이던 매출채권이 지난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1737억원으로 증가했다. 용선(傭船) 및 대선(貸船)으로 얽힌 해운업계의 복잡한 거래구조로 인해 현금 거래가 끊기고 외상값만 증가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작년 매출채권이 3조898억원으로 전년보다 75%,LG전자는 1조4342억원으로 세배 가까이 각각 급증했다. 현대자동차는 매출채권이 2조2037억원에서 작년에 2조5203억원으로 14% 정도 늘었다. 미국,유럽 등 해외 현지법인의 재고 및 미수금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매출채권 부실화 막아라' 전담팀 운영

매출채권 규모가 불어나면서 부실채권화할 우려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돈을 받지 못하면 하청 관계로 엮인 1,2차 협력업체들도 연쇄적으로 부실채권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매출채권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해외 양판점에 공급한 일부 제품 대금을 받지 못하자,채권 부실화를 우려해 아예 일부 제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 및 조선업계와 내수물량이 많은 철강 시멘트 기계업체들은 거래처 선별작업 등을 통해 매출채권 회수에 전력을 쏟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요즘은 부실채권을 방지하기 위해 재무팀뿐만 아니라 영업 담당자들도 거래처의 자금상황을 챙기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매출채권 회수 및 부실화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창민/안재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