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도 돈 있어야"…국제금융기구 실탄확보 나서
다음 달 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ADB) 등 주요 국제 금융기구들이 잇따라 자금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 금융기구들의 구원투수 역할이 크게 강조되면서 현금 쓸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13개국에 총 500억달러를 긴급 지원하며 세계경제의 '슈퍼맨'으로 떠오른 IMF의 자금 확대와 구조개혁은 이번 G20 회의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IMF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이번 G20 회의에서 IMF 운영 시스템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주요 국가들의 기싸움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IMF의 재원을 현재 250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대까지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데 합의한 상황이다. 일본과 EU는 최근 IMF에 각각 1000억달러의 기금 출연을 약속했고,왕치산 중국 경제부총리 역시 IMF의 재원 조달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개발도상국들은 IMF의 서방 편향적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도국들의 IMF 기금 출연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이들에 대한 의사결정권도 보강해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현재 IMF의 정책 결정권 비중은 EU 회원국들이 전체 투표권의 32%,미국이 17%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3.7%,인도는 1.9%에 불과하다. IMF는 또 보유 금을 매각해 자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IMF는 자금난 해결 차원에서 보유 금 3217t 가운데 400t을 팔 예정이다.

세계은행도 지난 26일 60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해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번 채권 발행 규모는 1945년 세계은행 출범 이후 사상 최대다. 씨티그룹과 JP모건,HSBC 등이 발행 주간사를 맡았다.

"구원투수도 돈 있어야"…국제금융기구 실탄확보 나서
IADB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대륙별 블록 단위 금융기구들도 적극적으로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IADB의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총재는 29일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열린 IADB 연례총회에서 IADB 자본금을 현재보다 세 배 많은 2800억달러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1959년 출범한 IADB는 현재 미주지역 28개국과 유럽 17개국,아시아 3개국 등 총 48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180억달러의 신규 대출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DB도 최근 현행 550억달러 규모인 자본금을 최대 세 배까지 늘리기로 하고,미국과 일본 등 주요 출자국과 추가 출연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ADB는 오는 5월 초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연례총회 이전에 증자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만일 ADB의 계획이 성사되면 1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증자가 이뤄진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