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귀국후 처음 맞은 하루를 `성묘 일정'으로 채웠다.

이 전 의원은 이날 부모 선영 참배, 고(故) 김수환 추기경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생활을 끝내고 고향을 찾은 이 전 의원이 지난 10여 개월을 돌이켜보고, 귀국후 자신의 행보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는 동시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만 대동, 조용한 귀국에 이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경북 영양의 친척집에서 잠시 눈을 붙인 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6시에 기상, 선산을 찾아 아버지 묘소를 찾은 데 이어 경북 칠곡으로 이동, 어머니와 형, 삼촌 묘를 차례로 참배했다.

또한 이 전 의원은 귀경길에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을 들어 30년 전인 1979년 `오원춘 사건'으로 불리는 가톨릭농민회사건으로 직접적인 연을 맺은 고 김수환 추기경의 넋을 기렸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체류 중 김 추기경의 선종을 접한 이 전 의원은 일시 귀국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이어 오후 6시45분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 도착한 이 전 의원은 308일만에 가족들과 대면했다.

자택에는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비롯해 은평을 당협위 간부 10여 명이 미리 대기, 이 전 의원을 반겼다.

이 전 의원은 가족들과 인사를 끝내기도 전에 몰려든 취재진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렇게라도 귀국인사를 드리겠다"며 30여 분간 진행된 간담회 내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는 또 "그동안 내가 없을 때 (귀국 관련한) 기사를 많이 썼던데 이제 내가 들어왔으니 뭘 갖고 기사를 쓰느냐", "나는 `실세'가 아니라 `바늘세'"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당장 30일 일정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가 이 지역 당협위원장 아니냐"며 "몇십 년간 해 온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도 오르고 지역에서 고생하신 분들을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공성진 최고위원 등 당내 `친이재오계' 일부 인사들은 이날 밤 이 전 의원의 자택을 방문, 귀국 인사를 나누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