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한파 속 힘겨루기 고조..2차회동 안갯속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보선 공천 문제를 둘러싼 정세균 대표와 정 전 장관의 갈등이 검찰발(發) `박연차 쓰나미'에 휩쓸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혼미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단 정 전 장관은 돌아올 기약없는 전주행(行)에 오르면서 `마이웨이' 행보에 들어갔고, 정 대표 등 지도부도 `전주덕진 공천불가'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양측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7일 저녁 전주로 떠나며 "당분간 올라오지 않겠다"고 했다.

지도부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당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만큼 사태를 조속히 매듭지어달라"며 불출마를 압박하자 이를 일축하며 외길 수순에 들어간 셈.
지난주 중진.원로 그룹 연쇄 접촉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전주행으로 배수진을 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주변에선 정 전 장관이 끝내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무소속 출마 쪽으로 사실상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도 들린다.

핵심 측근은 29일 "전주에 내려가 겸허한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며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 것"이라며 "지도부가 벼랑 끝으로 내몬다면 무소속 출마 외에 답은 없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통 큰 결단'을 기대했던 지도부 등 주류 그룹 사이에선 전주행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 대표측 핵심 인사는 "협박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당의 고민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 욕심에만 치우친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지도부 인사도 "덕진 출마 불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온 사정정국 변수를 놓고도 양측의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다.

정 대표측은 적전분열을 조기에 끝내고 `신공안정국'에 단일대오로 맞서기 위해서라도 정 전 장관이 백의종군해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끌어올렸다.

정 대표측 인사는 "MB 정권과 투쟁하고 싸우는데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 전 장관이 자신의 공천 문제만 챙기는 모습은 그의 복귀에 대한 여론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장관측 최규식 의원은 "지도부가 MB 정권과 싸워야지 왜 정 전 장관과 싸우려 하느냐"며 "이럴 때일수록 덧셈정치를 해서 하나라도 힘을 보태야지, 뺄셈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장관도 전주행에 앞서 "지금은 당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로, 최악의 탄압정국, 공포정치에 맞서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초 금주초로 예상됐던 양자간 2차 회동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양측 모두 서로를 향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현재로선 다시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무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4월 임시국회를 목전에 두고 몰아닥친 사정정국 충격의 여파로 공천 논란이 표류하면서 양단간 결론이 나는 시점이 뒤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양측 모두 내홍으로 전열이 약화되는데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여서 사정정국이라는 외생변수가 오히려 공천 갈등을 조기 봉합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입장을 전격 선회하거나 극적 타협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