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7년 만에 처음으로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 국채 발행을 통해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하려던 고든 브라운 총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25일 17억5000만파운드 규모의 40년 만기 장기 국채를 경매에 부쳤으나 입찰액이 16억3000만파운드에 그쳤다. 영국의 국채 입찰이 실패한 것은 2002년 인플레이션연계 채권 발행 실패 이후 처음이다. 1995년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국채 발행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국채 입찰 실패는 시장이 영국 정부의 재정 상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지만 정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전날 영국중앙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가 "정부가 더 이상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도 이날 입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총 1464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영국 국가통계청은 재정적자가 2월 현재 89억9000만파운드로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8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재정적자가 2010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G20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