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융합시대 로드맵이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6일 출범 1주년
방송과 통신,뉴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미디어 관련법 등 정치권은 물론 정부 부처간 이해에 얽혀 표류해 온 해묵은 과제들을 풀어 낸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등 소비자 지향적 정책 방향도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10여년 전 외환위기 이후 경제 재도약을 이끌었던 정보기술(IT) 산업 정책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일자리 창출 같은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리고 정작 정책 로드맵을 다듬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출범 1주년을 맞는 방통위 사무실에선 자축의 분위기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해묵은 과제 해결 성과
작년 11월 KT를 시작으로 국내에 상용 서비스된 IPTV는 방통위가 일궈 낸 성과 중 하나다. 방송 · 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는 과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밥그릇' 다툼으로 5년을 허송세월했다. 이 두 조직이 합쳐진 방통위는 출범하자마자 IPTV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고 작년 9월 초 3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치권 공세에 맞서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도 텄다. 자산 3조원에 묶여 있던 지상파 방송과 보도 · 종합편성 채널의 소유 기준을 10조원으로 높였다.
과거 정통부의 사업자 위주 정책에서 탈피,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쪽으로 통신정책 방향을 바꿨다. 가계 통신비 30% 인하라는 대통령 선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휴대폰 요금 감면 대상을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저소득층의 통신요금 부담을 덜어 줬다. 무선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에 음성 통화를 허용하고 신규 사업자를 선정키로 한 것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로 요금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다. 작년 10월에는 기존 집 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수 있는 번호이동제를 도입,유선통신 요금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책 로드맵 부재 전문성 부족
방통위는 25일 2차연도 정책 추진 과제로 △미디어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 △디지털 미디어 및 콘텐츠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한 민간 투자 촉진 △방송통신 서비스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 실행계획은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방통 융합으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이 등장하고 있는데도 이에 걸맞은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쟁 룰을 만들어야 할 방통위가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 등 성과 위주의 전시 행정에 집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 상임위원들이 방송과 통신 분야를 두루 꿰고 있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상임위원마다 별도의 심결 지원 기능을 두거나 사무총장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IT정책 실종이 문제
더 큰 문제는 IT 정책의 부재다. 정통부가 맡던 IT 정책이 지식경제부와 방통위로 나눠진 데다 부처간 손발이 안 맞아 겉돌고 있는 탓이다. 1조원 규모의 정보통신 진흥기금을 놓고 두 부처가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IT 푸대접은 예산 배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추경 예산에서 방통위 요청액(4000억원)이 338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지식경제부의 IT · 소프트웨어(SW) 뉴딜 예산 5000억원도 3000억원 가까이 삭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정부는 IT 분야에 40조원 이상을 투입키로 하는 등 IT를 경제위기 극복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하지만 10여년 전 외환위기 이후 경제 재도약을 이끌었던 정보기술(IT) 산업 정책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일자리 창출 같은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리고 정작 정책 로드맵을 다듬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출범 1주년을 맞는 방통위 사무실에선 자축의 분위기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해묵은 과제 해결 성과
작년 11월 KT를 시작으로 국내에 상용 서비스된 IPTV는 방통위가 일궈 낸 성과 중 하나다. 방송 · 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는 과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밥그릇' 다툼으로 5년을 허송세월했다. 이 두 조직이 합쳐진 방통위는 출범하자마자 IPTV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고 작년 9월 초 3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치권 공세에 맞서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도 텄다. 자산 3조원에 묶여 있던 지상파 방송과 보도 · 종합편성 채널의 소유 기준을 10조원으로 높였다.
과거 정통부의 사업자 위주 정책에서 탈피,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쪽으로 통신정책 방향을 바꿨다. 가계 통신비 30% 인하라는 대통령 선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휴대폰 요금 감면 대상을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저소득층의 통신요금 부담을 덜어 줬다. 무선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에 음성 통화를 허용하고 신규 사업자를 선정키로 한 것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로 요금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다. 작년 10월에는 기존 집 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수 있는 번호이동제를 도입,유선통신 요금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책 로드맵 부재 전문성 부족
방통위는 25일 2차연도 정책 추진 과제로 △미디어산업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 △디지털 미디어 및 콘텐츠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한 민간 투자 촉진 △방송통신 서비스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 실행계획은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방통 융합으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이 등장하고 있는데도 이에 걸맞은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쟁 룰을 만들어야 할 방통위가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 등 성과 위주의 전시 행정에 집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 상임위원들이 방송과 통신 분야를 두루 꿰고 있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상임위원마다 별도의 심결 지원 기능을 두거나 사무총장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IT정책 실종이 문제
더 큰 문제는 IT 정책의 부재다. 정통부가 맡던 IT 정책이 지식경제부와 방통위로 나눠진 데다 부처간 손발이 안 맞아 겉돌고 있는 탓이다. 1조원 규모의 정보통신 진흥기금을 놓고 두 부처가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IT 푸대접은 예산 배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추경 예산에서 방통위 요청액(4000억원)이 338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지식경제부의 IT · 소프트웨어(SW) 뉴딜 예산 5000억원도 3000억원 가까이 삭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정부는 IT 분야에 40조원 이상을 투입키로 하는 등 IT를 경제위기 극복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