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20% 달성의 힘은 30년 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노사화합 전통입니다. 4~5개에 이르는 세계적 신기술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이달 초 고려아연의 새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최창근 회장(62)은 23일 서울 논현동 본사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근 20년 흑자 경영의 비결을 이같이 요약했다. 최 회장은 창업주 고(故) 최기호 회장의 3남으로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과 차남 최창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형제 경영의 전통을 이었다.

고려아연은 1978년 5만t의 아연을 생산하기 시작한 뒤 30년 이상 기술 및 설비 투자를 확대,관계사 ㈜영풍을 포함해 전 세계 비철금속 생산량 부문에서 1위(단일 제련소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온산제련소는 연간 아연 45만t을 포함해 금,은,동,인듐 등 각종 비철금속을 생산한다. 1990년 상장 이후에는 근 20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흑자 제련소로 자리 잡았다"며 "지난해에는 매출 2조4500억원에 492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20%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최악의 불황이어서 매출 규모가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영업이익률만큼은 작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실적을 달성한 이유로 고려아연만의 기술력을 꼽았다. 그는 "세계 각지의 제련소들이 광석(정광)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비율은 약 90% 정도에 그치지만,고려아연은 100%에 가까운 회수율을 자랑하고 있다"며 "같은 원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광석에서 회수하는 금속 수는 20여종.금속 제련과정에서 산화 · 환원 공정을 통합한 기술(QSL)과 제련과정에서 폐기물까지 처리해 금속의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TSL) 모두 고려아연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고려아연의 이 같은 독보적 기술만 4~5개에 이른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은 유럽이나 일본 업체들도 완벽하게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비철금속 시장을 좌우하면서 원료와 제품 가격의 기준까지 만들고 있다. 아연 제련 기술에 이어 가격 부문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고려아연이 수입하는 원료 값이나 판매하는 비철금속 제품 가격이 아시아 지역 등에서 기준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철광석이나 유연탄 값은 일본이나 중국 업체들이 기준을 만들지만,비철금속 분야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를 주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로 다져진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노사 화합을 통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고려아연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21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는 3조3교대 근무제를 4조3교대로 전환하고,2007년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고용 안정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

최 회장은 이제 고려아연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고 했다. 신 수익원을 발굴하는 동시에 자원 확보에 주력하는 게 최 회장의 목표다. 그는 "전자 소재로 쓰이는 인듐과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량을 대폭 확대해 새로운 '캐시카우'로 삼을 계획"이라며 "현재 지분을 갖고 있는 호주 퀸즐랜드 광산 외에도 페루 볼리비아 등에서 광산을 매입하거나 지분 투자를 늘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글=장창민 · 사진=양윤모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