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규모 예정된 건설현장 가보니] 한국만 '상하이 엑스포' 손놓고 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예산규모 일본의 6분의1 불과
한국관 부지엔 잡목만 무성
日 범정부 지원행보와 대조적
한국관 부지엔 잡목만 무성
日 범정부 지원행보와 대조적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엑스포단지 건설현장.상하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황푸강 양안의 5.28㎢에 건설 중인 엑스포단지에선 대형 크레인 수십 개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옛 중국 황제의 관 모양으로 건립되는 중국 전시관 골조는 거의 완공돼 69m 높이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일장기와 오성홍기가 함께 게양돼 있는 일본관 예정지도 부지공사를 끝내고 착공을 앞둔 모습이었다. 반면 한국관 부지는 1m 안팎의 잡초와 잡목만이 무성한 채 방치돼 있었다. 태극기도 없어 "여기가 한국관 부지"라는 상하이엑스포조직위 관계자의 안내가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내년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184일간 열리는 2010상하이엑스포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준비 수준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상하이엑스포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185개 국가와 46개 국제기구가 참여를 약속,2000년 독일 하노버엑스포(국가 및 국제기구 176개)를 뛰어 넘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관람객 수만 중국인 6500만명,외국인 500만명 등 7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6160㎡의 부지를 확보한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 12개 주요국들이 국가관 홍보에 열성을 보이는 것도 자국 산업과 문화를 거대 중국시장에 알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국 내 반일감정을 염두에 둔 일본은 범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야 의원 130명으로 의회 차원의 초당적 지원모임을 결성했으며,별도로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중심이 돼 전직 총리,각료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로 상하이엑스포준비연맹을 구성해 상하이엑스포를 띄우기 위한 캠페인에 돌입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일본관 기공식엔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일본은 전시관 건립과 운영을 위해 해외 엑스포 참가 사상 최대인 130억엔(9억2200만위안)을 편성,정부와 민간이 절반씩 부담할 계획이다. JETRO 상하이사무소의 하나타 미카 부소장은 "도요타 파나소닉 캐논과 같은 기업 20여곳도 참여를 확정했다"면서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한국관 건립에 투입할 예산도 296억원(1억4400만위안)으로 일본의 6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형상화한 한국관 디자인을 최근 공개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전시관 내부를 채울 '콘텐츠'는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지의 한 기업인은 "한국과 중국의 교역액이나 우리 기업들의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그 어느 나라보다 전략적으로 준비했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정기 상하이 총영사는 "일본과 한국관은 부지 면적이 같고 인접해 있어 관람객들이 바로 비교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예산 규모로는 전시관 콘텐츠에서 일본에 크게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지에서는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한국'을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열릴 상하이엑스포는 그저 남의 나라 잔치가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상하이=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