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 물건너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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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관 이해 엇갈려 4월 국회서 논의 안하기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한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 모두 조속한 처리에 반대하자 국회도 논의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23일 "한은 재정부 금융위 등 한은법 개정과 관련 있는 기관 모두에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오는 30일 3개 관련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한은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 예정이지만 여론 수렴 차원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 상임위 차원의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재정위에는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등 모두 8개의 한은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총론에선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시장 안정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한은이 물가안정만을 고집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현재 한은법 1조는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은의 역할을 '물가 안정'만으로 국한시켜 놓고 있다. 재정위 의원들은 또 한은이 금융위기 때 2금융권 회사에 대해 신속히 자금 투입을 할 수 있도록 80조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한은법 80조는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 있어 한국은행은 금통위원 4인 이상의 찬성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자로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 등 영리기업에 대해 여신할 수 있다"며 까다롭게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3개 관련 기관은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단순히 중앙은행 목적 조항을 추가해서는 안 되며 다른 것도 체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자칫 몇 개 조항만 고쳤다가는 중앙은행 곳간을 정부가 마음대로 빼갈 것이며 △돈을 내주면 이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이나 조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 또는 조사권을 한은이 갖는 것에 대해 금감원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에 이중 부담을 지운다는 논리다. 금융위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금감원과 밀접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금감원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한은의 손을 들어줄 수 없어 '신중한 처리'로 대응하고 있다.
재정부 역시 한은의 감독권 혹은 조사권에 대해 심정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다 감독권까지 가져가면 무소불위가 될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특히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두고 도와줄 수 있는 한은을 괜히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시간을 갖고 처리하자'고 하고 있다.
국회 재정위의 한 관계자는 "관련 기관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은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균/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23일 "한은 재정부 금융위 등 한은법 개정과 관련 있는 기관 모두에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오는 30일 3개 관련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한은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 예정이지만 여론 수렴 차원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 상임위 차원의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재정위에는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등 모두 8개의 한은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총론에선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시장 안정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한은이 물가안정만을 고집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현재 한은법 1조는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은의 역할을 '물가 안정'만으로 국한시켜 놓고 있다. 재정위 의원들은 또 한은이 금융위기 때 2금융권 회사에 대해 신속히 자금 투입을 할 수 있도록 80조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한은법 80조는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 있어 한국은행은 금통위원 4인 이상의 찬성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자로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 등 영리기업에 대해 여신할 수 있다"며 까다롭게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3개 관련 기관은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단순히 중앙은행 목적 조항을 추가해서는 안 되며 다른 것도 체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자칫 몇 개 조항만 고쳤다가는 중앙은행 곳간을 정부가 마음대로 빼갈 것이며 △돈을 내주면 이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이나 조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 또는 조사권을 한은이 갖는 것에 대해 금감원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에 이중 부담을 지운다는 논리다. 금융위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금감원과 밀접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금감원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한은의 손을 들어줄 수 없어 '신중한 처리'로 대응하고 있다.
재정부 역시 한은의 감독권 혹은 조사권에 대해 심정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다 감독권까지 가져가면 무소불위가 될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특히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두고 도와줄 수 있는 한은을 괜히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시간을 갖고 처리하자'고 하고 있다.
국회 재정위의 한 관계자는 "관련 기관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은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균/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