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이 치아손상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외 공동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유태환)은 소이코리아센터의 배영민 박사팀이 러시아 국립광학연구소(SOI)와 함께 치아의 생활력을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의료용 초음파 시스템(사진)을 개발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소이코리아센터는 전기연이 교육과학기술부 해외우수연구소 유치사업으로 소이 측과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다.

연구진에 따르면 외부 충격으로 인해 치아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 장시간 방치하면 치아가 괴사해 이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치아의 괴사 가능성을 진단한 뒤 적합한 방법으로 신경 치료 등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치아의 상태를 체크하는 치아의 생활력 검사부터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치아 생활력 검사의 경우 치아의 신경 부위에 전기 자극을 줘 치아의 치수 내 신경 조직의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EPT(electrometric pulp testing)가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환자가 전기총 모양의 장치를 치아에 직접 댄 상황에서 전기자극을 주는 바람에 자극에 따른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 등이 수반됐다.

공동연구팀은 초음파 센서를 치아 부위에 접촉시키는 것만으로 혈류 속도를 검출해 내는 '고대역 초음파 혈류 측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초음파 접촉 부위 근처에 존재하는 미세 혈관들의 혈류 속도를 인체 조직의 파괴 없이 측정할 수 있다.

배 박사는 "초음파를 이용한 치아 검사 기술은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연세대 치과대학에서 1년간 임상 연구를 수행한 결과 치수 내의 혈류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치아의 생활력을 검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상용화될 경우 부정확한 치아손상 판별로 인한 불필요한 신경치료를 방지하는 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치수(齒髓)＝치아의 내부에 있는 치수강(齒髓腔)을 채우고 있는 부드러운 결합조직.신경과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