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원 · 달러 환율 안정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흘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장기 국채를 직접 매입키로 했다는 소식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아 지속적인 '바이(buy) 코리아'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7일부터 사흘 연속 순매수를 지속해 총 1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불안이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었는데 이날 한 달여 만에 달러당 1400원 아래로 떨어져 '3월 위기설'이 불거지기 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고 평가했다. 서 팀장은 "미국 증시가 이틀째 반등하고 미국의 '소비 급감 충격'이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 금융주에 적용되는 시가평가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 금융회사가 보유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자산의 시장가격이 당초 10억달러에서 1억달러로 떨어진 경우 시가평가제를 적용하면 9억달러를 손실로 회계처리해야 하지만 이 제도를 완화하면 손실 처리를 피할 수 있어 자본 확충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미 금융회사들이 돈을 좀 더 자유롭게 굴릴 수 있고,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까지 사흘 동안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 가운데 은행주가 눈길을 끈다. 외국인은 LG와 LG전자를 각각 820억원과 671억원 순매수한 데 이어 신한지주KB금융을 567억원과 206억원어치 사들였다.

임경근 ABN암로증권 상무는 "외국인은 환율 상승으로 외화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행주를 꺼렸는데 최근 환율이 급락하자 신한지주 등을 중심으로 조금씩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 상무는 "하지만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은 여전히 은행 연체율 증가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