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오늘부터 저희 매장에선 비닐 쇼핑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

19일 비닐 쇼핑백 판매를 전면 중단한 이마트 양재점에는 한결같이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로 붐볐다.

주부 윤영수씨(50)는 "이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됐다"며 "환경사랑의 작은 실천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기 양재점 파트장은 "지난 한 달여간의 시범기간 중 장바구니나 재활용 종이상자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51.9%에 달했다"며 "고객들도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에코맘'(생활 속 친환경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착한 소비'가 친환경 · 재활용 · 공정무역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에코맘들은 살림살이가 어려워졌어도 친환경이나 공정무역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열고,장바구니 사용 같은 캠페인에도 자발적으로 나선다. 이에 맞춰 제조 · 유통업체들도 에코맘을 겨냥한 '착한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선 '에코'라벨,탄소라벨을 부착한 친환경 제품이나 다 쓴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을 유도하는 캠페인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에코맘들에겐 가격,기능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친환경을 실천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최근 프레쉬 · 에이솝 · 키엘 · 오리진스 · 아베다 · 록시땅 등 6개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들과 최근 '화장품 재활용 캠페인'을 벌였다.

다 쓴 용기를 가져오면 LG생활건강의 친환경 브랜드 '빌려쓰는 지구 올리브 비누'를 줬다. 또 친환경 화장품 멀티숍 '온뜨레'도 오는 5월30일까지 매장에서 산 화장품 빈 용기를 가져오면 페이셜 · 헤어 마스크를 무료로 준다.

패션업체들도 친환경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봄 · 여름 시즌에 맞춰 전년 대비 30% 늘린 10만장의 에코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친환경 소재를 쓴 제품에는 '에코스텝'(Eco-Step)이라는 별도의 태그를 부착해 소비자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프렌' 소재로 만든 가방이 대표적인 상품.

공정무역(후진국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거래)상품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원두커피 '카페 에스티마 블렌드'(250g · 1만5000원)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네팔,방글라데시 등에서 생산한 600여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도 지난해 월 평균 1100여건이던 판매 건수가 올해 2월 3400건으로 급증했다.

이마트도 지난달 12일부터 동티모르에서 직수입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이노병 이마트 바이어는 "타 제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공정무역 원두로 제품 신뢰도가 높아 한 달간 1000여개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최진석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