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폭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장기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달러화 하락까지 예상돼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과 국내 증시 상승이 아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어 본격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지만 더이상 나빠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최소한 과도한 급락세는 진정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각종 경제지표들이 지난해말보다 대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바닥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미 FRB 장기국채 매입은 금융시장 안정 청신호?
미국 FRB의 장기국채 매입 계획 발표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 작지 않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10분 현재 전날보다 23.5원이 폭락한 1398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FRB의 3000억달러 상당 장기국채 매입 계획 발표로 역외환율이 1380원대로 급락함에 따라 개장과 동시에 41.5원이 폭락한 138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이같은 레벨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4일 1378.5원 이후 한달 보름만에 처음이다.

주식시장도 FRB의 장기국채 매입 계획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입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자산 가치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아 다른 나라 자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저평가돼 있는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환율의 하향안정과 신용스프레드 축소 등으로 위험기피성향이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효과도 증시를 지원하는 우군으로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10분 현재 전날보다 3.68p 내린 1166.25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5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차입을 통한 다른 통화 자산 매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 모두에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당국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금융불안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국채매입으로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구조적 문제 등을 반영하면서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국채 매입에 나서나?
밤사이 미국 채권시장이 FRB의 국고채 3000억달러 매입발표로 강세로 마감한 영향에 따라 국채선물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국채매입에 나설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정부가 국채 단기물 발행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리상승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0분 현재 채권선물시장에서 3년물 국채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56틱 상승한 111.52로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채선물은 54틱이나 급등하며 111.50으로 개장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금융시장과 해외요인으로 인해 강세 시도를 보이는 흐름"이라며 "한은의 국채 매입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국채 단기물발행등으로 장기금리 상방경직성 강화로 플랫화가 이어질 듯 하며 환매수유입강도에 따라 상승폭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경제 지표 개선, 경기 바닥론 '모락모락'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3% 증가했다. 전년 동월보다는 무려 25.6% 급감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2월의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12월 17.9%에서 1월 33.8%로 크게 확대됐으나 2월에는 18.3%로 다소 둔화됐다.

각종 심리 지표도 소폭이지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2월중 85로 전달보다 1p 상승하면서 전월(3p)에 이어 두 달째 상승했다.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경상수지의 흑자 전망이다. 2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35억 달러를 웃돌고 3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40억 달러 흑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외화유동성을 개선시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종 지표들이 '최악'을 벗어나면서 전문가들은 최소한 추가적인 경기하강은 멈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전분기 대비 기준 경제성장률은 작년 1분기와 2분기 각 0.8%, 3분기 0.5%에서 4분기 -5.6%로 급격히 추락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로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생산이나 수출 등 거시지표들이 미약하나마 '반짝 상승'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4분기에 워낙 크게 하강한데 따른 기술적인 반등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1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플러스'냐 '마이너스'에 따라 경기의 궤적이 달라진다"며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지만 플러스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도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플러스 쪽에 가까운 제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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