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생체분자들은 왼손과 오른손처럼 구성물질과 구조가 같지만 거울상 대칭을 이루는 광학이성질성을 가지고 있는데 의약품에 사용되는 물질은 대부분 광학 이성질성 생체분자인 단백질,핵산과 결합하거나 반응해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키랄 물질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화학 구조식은 물론 밀도·녹는점·끓는점까지 같지만 편광된 빛을 조사하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물질이 있고 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물질도 있다.
1960년대 신경안정제인 탈리도마이드라는 약품이 임신부의 심한 입덧을 완화하는 약으로 사용됐는데 이 약을 장기 복용한 임산부 상당수가 기형아를 출산했다.연구 결과 탈리도마이드에는 유용한 성분인 R-탈리도마이드 이외에도 광학이성질체인 S-탈리도마이드가 있음이 확인됐고 부작용은 바로 이 S-탈리도마이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밖에도 인공 감미료로 쓰이는 아스파탐도 한쪽 방향의 물질은 단맛을 내지만 반대 방향은 오히려 쓴맛을 낸다는 것이 드러났다.이후 제약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이성질체 중 쓸모없는 물질을 제거하거나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광학 이성질성 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원편광 이색성 분광 측정법’은 측정 시간이 수초에서 수시간으로 매우 느리다.따라서 단백질 접힘-풀림현상,단백질-핵산 결합현상,생체분자와 신의약 화합물간의 상호작용 등과 같이 1조분의 1초에서 백만분의 1초의 극히 짧은 시간에 완결되는 대부분의 생물 화학적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수십 펨토초(100조분의 1초)의 적외선 레이저 펄스를 시료에 쏘이고 광학이성질 화합물과 상호 작용한 후 통과한 빛의 특성을 분석,극소ㆍ극초단 신호를 증폭해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조 교수는 “이 장비를 활용하면 생명 현상의 메커니즘 규명하고 신약개발을 위한 스크리닝 장비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