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 국채 매입 한도를 현재 월 1조4000억엔에서 1조8000억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연 0.1%에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금융경색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의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장기 국채의 매입액을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장기 국채 매입 한도를 늘려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추가 경기대책을 검토함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채 발행에 대비한 포석도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내주 중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본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즉시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을 위한 추경 예산안을 편성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지시할 방침이다. 일본은행은 기업어음(CP) · 회사채 매입,후순위채 매입에 이어 국채 매입까지 시중자금 공급 통로를 한층 더 늘리게 됐다.

일본은행은 월 국채매입액을 1조8000억엔으로 늘림으로써 연간 21조6000억엔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 경기부양책 규모인 20조엔을 넘어서는 규모다. 1989년 이후 처음 지난해부터 국채 매입에 나선 일본은행은 작년 12월에도 국채매입 규모를 한 차례 늘렸다.

앞서 일본은행은 자본 부족으로 인한 시중 은행들의 대출 기피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1조엔 규모의 은행 후순위채를 매입키로 결정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은행 자본을 확충해 주는 것에 대해선 정부의 경영 개입 가능성 때문에 은행들이 꺼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본은행이 나선 것이다. 은행들의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충족을 이유로 기업 대출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며 "공적자금으로 은행의 자기자본을 늘려줘 금융시스템 안정과 경기회복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쓰이 스미토모 자산운용의 무토 히로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는 등 깊은 침체에 빠졌기 때문에 재정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정부의 재정동원을 뒷받침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회복을 지원키로 한 마당에 일본은행이 그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