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 "올해 안에 경기위축이 끝날 수 있다"며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제시했다. 이런 발언은 소매 판매 및 원자재 가격 등 일부 통계에서 경기 바닥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CBS방송의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계획된 정부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1930년대 같은 대공황은 피할 수 있다"며 "아마 올해 내 경기하강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RB 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대형 은행은 지급 능력이 있고 파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기 위해선 추가 조치 등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어려운 만큼 정치권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추가 구제금융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이날 버냉키 의장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세 가지였다. 그는 우선 "경기회복을 위해 FRB가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한편 "은행시스템이 안정돼야 경기가 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 대학 기업이 있는 만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언급했다.

대공황을 깊이 연구한 학자 출신답게 버냉키 의장은 "수천개의 은행 파산을 방치하고 FRB가 돈줄을 조인 80년 전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부실 금융사를 구제하는 데 대한 비판과 관련해선 "심각한 경기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해를 구했다. FRB는 발권력까지 동원해 은행 유동성 지원에 주력했다며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선 전반적인 금융감독 규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기존 소신을 재확인했다. 자신은 금융위기가 고조돼 화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는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보고서를 읽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한편 월스트리트(WSJ)는 이날 소매업체들이 재고를 줄일 만큼 줄였고 경기와 민감한 원자재인 구리와 고철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는 등 경제가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2월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1% 줄어드는 데 그쳤다. 16일 발표된 2월 산업생산도 전월대비 1.4%줄었지만 1월(1.9% 감소)보다는 감소폭이 다소 둔화됐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구리값은 이달 들어 8.7% 뛰었으며,올 들어선 18.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선박운송료 추이를 보여주는 발틱화물운임지수(BDI)도 올 들어 3배 가깝게 올랐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금융시장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일부 경제지표를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아직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