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최첨단 상품 나와도 자연 담은 그림 비길수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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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개인전 여는 장순업씨
"예술가가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역할로 만족하면 그만이지요. 돈이 되고 안 되고는 예술가의 권한 밖이라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이때 회색 빌딩 숲과 뿌연 스모그 속에서 일하는 도시인들에게 내 그림이 안식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
서울 인사동 공평아트스페이스에서 16년 만에 개인전(18~30일)을 갖는 서양화가 장순업씨(62 · 한남대교수)는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자라듯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람"이라며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첨단 제품이 쏟아져 나와도 자연의 경이로움과 사람의 생기가 담겨 있는 그림과는 비길 수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한지를 붙이거나 아크릴로 채색하고 다시 찢고 긁어 수묵적인 느낌이 나도록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해온 반추상화 작가. 1980년대 초 미술 경기가 좋았을 때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림이 팔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빛과 시간의 이야기'.빛과 시간 속에서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새,꽃,인물 등의 이미지를 원색을 사용해 그린 대작 80여점이 걸린다.
그는 화업 40년 가운데 절반을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태화산 자락의 작업실에서 보내며 하루 10시간씩 노자의 '무위자연'사상을 화폭에 담아왔다.
"요즘 겨울 끝자락에서 막 깨어난 안개가 산허리를 타고 운무를 이룹니다. 이따금 산새들이 계곡을 따라날아가구요. 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연을 휘젓고 다니지만 마음은 언제나 캔버스 앞에 있지요. "
그동안 곤지암 작업실에서 자연이 화업의 가장 큰 스승이란 사실을 깨우쳤다는 그는 "일상의 모든 움직임이 그림이고,그것을 그리는 것이 곧 생활이고 안식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까지 토기 장승 오리 하르방 당초문 등 민속적 이미지들을 특유의 채색으로 표현해왔다. 자연보다는 전통에 얽매이다보니 발랄한 색 대신 어두운 색을 주로 썼다. 하지만 자연과 생명 있는 것들에 주목한 뒤로는 검은 색에서 벗어나 파랑,빨강 등 밝은 색으로 화면을 꾸미고 있다.
"젊은 시절 너무 단맛에 취해 있으면 작가 정신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을 피해 도망다녔다"는 그는 "그림은 마음으로 그려야 하는 만큼 최근 국내 화단에 불고 있는 극사실주의 화풍은 조만간 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02)733-95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