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ㆍ49)의 아름다운 음색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공연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신비로운 무대 연출과 첨단 기술 장비까지 더해졌고, 관객의 감동은 배가됐다.

브라이트만이 연출, 주연, 조연까지 도맡은 '1인 오페라'를 보는 듯했다.

13일 오후 8시20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 5천 관객이 숨죽이며 무대를 응시한 가운데 2004년 이후 5년 만에 내한한 브라이트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50세를 앞둔 브라이트만이지만 이날만큼은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화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웅장한 연주의 '고티카'(Gothica)를 배경으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나온 후 온몸을 가렸던 회색 드레스를 벗어버린 그는 풍성한 치마가 인상적인 붉은색 드레스를 드러냈다.

이어진 곡에서는 드레스 치마의 양끝을 잡고 휘날리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의 좌우에서는 8명의 무희들이 무대를 꾸몄다.

브라이트만은 "아름다운 밤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한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기쁘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심포니'(Symphony)에 수록된 곡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라고 소개한 후 서정적인 선율의 '렛 잇 레인'(Let It Rain)을 전했다.

역시 부드러운 선율의 '심포니'(Symphony)를 부른 후 반짝이는 흰 의상으로 갈아입고 무대를 이어갔다.

계속해서 루이 암스트롱의 곡으로 유명한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와 그룹 캔사스의 히트곡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 등 유명 팝송을 우아하게 재해석했다.

브라이트만의 목소리와 함께 이날 관객의 눈길을 끈 것은 총 30억 원이 넘게 투입된 화려한 무대 장치였다.

무대 뒤에 15m 높이로 설치된 대형 3D 스크린을 비롯해 음향, 조명 등에서 각종 특수 효과가 동원됐다.

브라이트만은 '더스트 인 더 윈드' 때는 3D 스크린을 이용해 정원 속의 요정 같은 느낌을 냈다.

또 무대 연출을 통해 물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등 조명과 어울린 3D 스크린의 영상은 장관이었다.

또 브라이트만은 이날 다른 뮤지션의 내한공연에 비해 무대를 앞뒤로 크게 확장해 공간을 넓게 활용했다.

그는 3-4곡마다 의상을 갈아입었고 곡마다 연출 테마를 달리하며 이날 공연의 주제인 '카르마'(숙명)를 부각시켰다.

공연 게스트인 팝페라 가수 알렉산드로 사피나는 1부 후반부 '칸토 델라 테라'(Canto Della Terra) 때 등장해 시원한 창법을 선보였다.

1부는 붉은 종이 가루가 나부끼는 가운데 브라이트만의 청아한 고음이 돋보인 '아테사'(Attessa)로 마무리됐다.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2부에서 등장한 브라이트만은 '유 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You Take My Breath Away)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그의 대표곡 '팬텀 오브 디 오페라'(Phantom Of The Opera)를 열창했다.

메인 테마를 반복하면서 고음의 한계까지 도달해 관객을 전율케 했다.

2부에서는 지난해 말 발표한 '어 윈터 심포니'(A Winter Symphony)의 수록곡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브 빈 디스 웨이 비포'(I've Been This Way Before)와 '아이 빌리브 인 파더 크리스마스'(I Believe In Father Christmas) 등을 엮어 부르며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숲 속을 달리는 자전거, 장난감 병정의 행진 등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선보인 그는 히트곡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로 정식 공연의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은 오페라 못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무대였지만 다른 대형 공연과 달리 무대 위의 공연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영상 스크린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무대에서 먼 곳에 자리 잡은 관객은 브라이트만의 표정 연기와 무대 연출을 자세하게 감상하기 어려웠다.

또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는데도 끊임없이 터진 관객의 카메라 플래시로 공연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아쉬움도 빚어졌다.

브라이트만은 14일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펼친다.

16일에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로 장소를 옮긴 후 18일 인천과 20일 부산에서도 콘서트를 연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