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한국 은행들이 내년 말까지 대출 부실 등으로 42조원의 손실을 입어 단순자기자본비율이 4.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에 따라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한국 은행들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피치가 이 같은 분석자료를 내놓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피치는 12일 한국 은행들에 대한 이같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자본 건전성 심사)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피치는 한국 은행들이 2008년 6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자산 손실과 유가증권 투자손실 증가,환율상승에 따른 자산감소 등으로 인해 42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은행들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6월 말 6.4%에서 2010년 12월 말에는 4.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비율이 6% 이상이어야 우량금융회사로 인정받는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6.7%에서 4.4%로 뚝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신한 5.9%→3.9% △우리 5.9%→2.9% △하나 5.9%→4.6% △외환 7.1%→5.1% △제일 5.2%→4.5% △한국씨티 7.0%→6.6% △기업 5.3%→3.5% 등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즉각 반박했다.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는 주요 변수를 가정해 하는 것으로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치가 추정한 신규 손실예상액(42조원)을 전액 반영하고 신규 자본확충이 없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2010년 말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8.7%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단순자기자본비율도 선진국 주요 은행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영국 언론이 연일 한국의 상황을 잘못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피치사까지 여기에 합세했다"며 "이번 일로 한국 은행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경우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