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이 키코 계약해지 사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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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코다코의 HSBC 상대 가처분 신청 기각
은행측 요구 대거 수용… 투기기업엔 계약조건 엄격적용
은행측 요구 대거 수용… 투기기업엔 계약조건 엄격적용
환율 급등 등 계약 당시에 예측하지 못했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키코(KIKO · Knock-in Knock-out)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법원의 기존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이 나왔다. 이는 은행 측이 그동안 키코 소송 과정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내용들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어서 100여건에 가까운 키코 가처분 소송이 걸려있는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방법원 민사30부(수석부장판사 이태종)는 12일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코다코가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상대로 제기한 '옵션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법의 이번 기각 결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키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근거로 제시한 '사정변경 원칙(환율 급등으로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이 계약 후 현저히 변경되었기 때문에 기존 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정'이 객관적이어야지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비록 키코 계약이 체결된 후 환율이 예상치를 현저하게 넘었다 해도 코다코 측이 제시한 이유는 주관적인 사정에 불과해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지법이 가처분 효력 정지를 인정하면서 내세운 '사정변경 원칙'에서 '사정' 부분의 해석을 좀더 엄격히 한 것이다. 즉, 기업이 수출로 받은 달러를 그대로 은행에 매도하면 기업이 따로 손해볼 일은 없기에 환율이 올랐다는 사정은 계약의 효력을 정지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코다코 측은 원 · 달러 환율이 상승한 2008년 하반기에도 매월 190만달러가량을 수출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키코계약에 따라 매월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100만달러는 수출대금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예상 외로 급등했다고 해도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코다코 측은 이에 대해 HSBC 말고 다른 두 은행과도 유사한 계약을 체결해 수출대금만으로는 은행에 지불하는 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했으나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족한 달러를 시장에서 산 뒤 은행에 팔아야 돼 코다코가 직접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고 보여지나 이는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7건의 키코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4건은 은행,3건은 기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준 사건에서도 기각 이유로 사정변경 원칙은 인정되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은 바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