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전보다 작은 목표를 가져라."

김순택 삼성SDI 사장이 글로벌 경영위기 돌파를 위한 해법으로 '징검다리 경영론'을 내놓았다. 구체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단계별 목표를 정해 하나씩 성취하는 방식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중후장대한 비전을 설정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12일 직원들에게 보낸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방식으로 마라톤 대회를 2연패한 일본 선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1984년 도쿄 국제 마라톤 대회와 1986년 이탈리아 밀라노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거머쥔 이 선수에게 우승 비결을 묻자 "머리로 이길 수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시합 전에 마라톤 코스를 자세히 돌아본 후 코스 주변에 눈에 띄는 표지를 수첩에 적어가며 외우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는 것.

"처음부터 결승 테이프를 목표로 잡으면 10㎞만 뛰어도 지칩니다. 찻집,큰 플라타너스 나무,독특한 외관의 아파트 등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다음 찻집까지만 전력을 다하자.아파트가 나올 때까지 열심히 뛰자고 생각하니 달리는 게 훨씬 더 수월했습니다. "

김 사장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도 '징검다리 경영'과 맥이 닿아있다고 지적했다. 전쟁론에는 유기적으로 이뤄진 소규모 전투의 거듭된 승리가 전체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