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양사의 합병 인가권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사업자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정식 청문을 가진데 이어 오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조건부 합병 승인을 의결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11일 합병 당사자인 이석채 KT 사장과 합병에 반대해온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정일재 LG텔레콤 사장,길종섭 한국케이블TV협회장 등 경쟁사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방통위는 청문 내용 등을 바탕으로 내부 검토작업을 벌인 뒤 내주 중에 합병을 승인하되 경쟁사의 관로 전주 등 필수설비 이용 등에 관한 인가조건을 부과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청문에서 KT 합병을 둘러싸고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KT의 필수설비를 분리하거나 제도를 먼저 보완한 뒤 불공정행위가 고쳐지지 않으면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유선전화 번호이동도 휴대폰처럼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12년 동안 통신사업을 위해 5조7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작년 말 현재 1조3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KT의 유선시장 독점으로 인해 후발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KT 독점의 원천인 필수설비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KT가 KTF와 합병하면 국내 통신용 주파수의 92%가 KT와 SK그룹에 집중된다”며 “800메가헤르츠(㎒)와 900㎒ 주파수를 재분배할 때 KT그룹에 대한 할당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합병으로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감소,KT에 1조8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는데 이를 이통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으로 쓸수 없도록 휴대폰 보조금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인터넷전화 매출의 65%를 시내망을 독점한 KT에 접속료로 지급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개통성공률이 43%에 불과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채 KT 사장은 “경쟁사들이 주장하는 관로나 전주는 KT의 사유재산이고 합병과도 무관한 사안”이라고 못박았다.그는 “유선시장 독점으로 KT가 이익을 본다는데 꺼꾸로 이동통신 재판매 실적이 나빠지고 있고 KTF의 실적도 좋지 않다”며 “필수설비는 허구다”고 주장했다.이 사장은 “KT는 매출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인건비는 3%씩 늘고 마케팅비용도 늘 수밖에 없어 내년에는 1조원 가량 적자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유·무선 통신 융합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합병을 조속히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