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근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역량을 갖춘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9월부터 10일까지 실시한 '국가 혁신성 지표'(International Innovation Index)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각 국가가 경쟁력 있는 기업을 길러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10개 국가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싱가포르와 한국,스위스가 1~3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미국 BCG 관계자는 "혁신 역량이 높은 국가들이 경기침체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 등 최상위에 랭크된 국가들은 기술 수준이 높고 경제구조도 다변화돼 있어 경기침체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혁신 전도사'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BCG는 이번 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한 전미 제조업협회(NAM) 회원사 CEO(최고경영자)의 말을 인용,"과거 미국은 온갖 혁신이론을 해외로 수출하는 나라였지만 최근에는 혁신 수입국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의 혁신 역량 순위는 세계 8위에 그쳤다.

BCG는 아마존닷컴 등 개별 기업의 사례를 들며 "기업이든 국가든 경기가 어렵다고 혁신 역량을 기르기 위한 투자를 줄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BCG 관계자는 "아마존닷컴은 2004~2006년 사이 50달러가 넘던 주가가 26달러까지 추락하는 상황에서 설비와 R&D 투자를 늘렸다"며 "이 시기 개발한 전자책 '킨들'이 아마존닷컴을 경기침체에 흔들리지 않는 강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병남 BCG 서울사무소 대표는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 혁신 이론의 본고장인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 기업과 정부의 혁신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