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중단됐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다음달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산업 육성을 위해 최근 배아 줄기세포연구에 재정적 지원을 재개키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지난 2006년 황우석 사태로 채워졌던 족쇄가 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던 BT(바이오기술) 코리아 건설이 새로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러나 종교계 등이 제기하는 윤리 문제와 여성 난자 채취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연구 재개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3년만에 재개되나

10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생명과학계 등에 따르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승인권을 사실상 보유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4월 중 전체회의를 소집, 지난 2월 심의 보류된 차병원(연구책임자 정형민)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을 승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아줄기세포란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추출해 인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로, 초기 단계 배아에서 추출되는 줄기세포는 당뇨병이나 암, 척추 손상 같은 불치병을 치료하는 핵심 물질로 평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허용했으니 우리도 전향적으로 차병원의 연구 계획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윤리적 문제만 해결되면 곧바로 연구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는 '오바마 정부'의 결단으로 미국이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줄기세포 연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우리 정부도 상당한 압박을 느끼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 내부적으로는 이미 지난 달부터 차병원의 연구를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생명윤리심의위가 차병원 연구 계획에 대한 심의를 보류할 때부터 생명과학계와 윤리계 등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승인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차병원은 이르면 이달 중 연구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핑계로 승인 거부"
배아줄기세포 연구 재개 전망으로 모처럼 생먕과학계아 바이오업계는 활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 방식 연구가 허용되더라도 황우석 박사는 국내에서 연구활동을 재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 박사는 지난 2006년 3월 배아 줄기세포 연구논문 조작 등의 혐의로 체세포 복제 연구 승인이 취소됐으며, 이후 수차례 연구 재개를 노렸으나 결국 지난해 8월 생명윤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한 복지부가 황 박사의 연구 신청을 최종 불허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수암연구재단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생명윤리법 자체가 '윤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황 교수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재개를 승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암재단 현상환 박사는 이와관련 "지난해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원칙에 맞고 차병원보다 훨씬 적은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황 박사의 재판 등을 핑계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구 재개 논란은 여전

생명윤리심의위와 판단과 무관하게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재개로 인한 종교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톨릭을 위시한 종교계와 윤리계의 반대가 완강한데다 유전공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생명과학자 중에서도 적지않은 연구자들이 체세포 복제연구 대신 '역분화 방식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난자를 다량 사용해야 하고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구 재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구를 반대하는 종교계와 윤리론자들은 여전히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생명윤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지만 현재로서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며 "연구성과가 아직 단 한 건도 없는데 연구를 승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가 과학연구를 놓고 너무 정치사회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현상환 박사는 "수암재단을 비롯한 많은 국내 생명과학계가 그토록 연구 재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을 때는 듣는 척도 안하더니 '미국이 하니깐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연구를 재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과학연구 추세와 연구현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맞는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전세계 연구기관과 경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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