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실업 대책은 없다. 일자리 창출 대책만 있을 뿐이다. "

일본의 실업 극복 프로그램에 대해 묻자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공공사업 등을 통해 억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임시 처방보다 경기를 살려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준다는 게 일본의 실업 대책이라면 실업 대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1990년 거품 붕괴 이후 10여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일본은 '프리타(free-arbeiter의 준말 ·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이)'로 상징되는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일본은 청년 실업자들에게 임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 활동을 활성화시켜 질 좋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

일본은 규제 철폐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에 일자리 창출의 포커스를 맞췄다. 2001년까지 무려 11차례에 걸쳐 135조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 자금을 경기 부양에 투입했지만 실패한 데 따른 조치였다.

2002년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워 규제 철폐에 올인했다. 2001년 이후 대기업 · 노동 · 창업 등 분야에서만 1500여건의 규제를 풀었다. 2002년 '공장 제한법'을 폐지한 데 이어 2006년엔 '공장재배치 촉진법'을 없앴다.

두 법은 한국의 수도권 규제법과 같은 것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 총액 규제의 모델로 삼았던 '대규모 회사의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도 2002년 철폐했다.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해 파견사원의 파견 기간을 최대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조치도 취했다. 이로 인해 1995~2005년 중 일본의 제조업 규제는 67%,비제조업 규제는 77% 정도 줄었다.

규제 완화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일본으로 유턴(U-turn)한 것이다. 소니가 2002년 중국에서 만들던 수출용 8㎜ 비디오카메라 공장을 일본 나고야 인근으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속속 국내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일본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한 만큼 굳이 생산 관리가 어렵고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동남아나 중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일본 내 공장 착공면적은 2002년 850만㎡에서 2003년 930만㎡,2004년 1250만㎡,2005년 1410만㎡,2006년 1570만㎡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규제 완화로 인한 기업 투자 활성화는 당연히 일자리 창출이란 결과를 낳았다. 국내 투자를 확대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신규 채용 등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공업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종업원 10인 이상 제조업체의 종업원 수는 747만3379명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그동안 줄기만 하던 제조업체 종업원 수가 15년 만에 늘어난 것이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보인 자동차나 일반 기계 등 18개 업종에서 종업원 수가 특히 늘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2007년 실업률은 3.8%로 2004년과 2005년 각각 4.7%와 4.4%에서 하락세를 지속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