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5만원권 지폐가 새로 나온다.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간다. 이 5만원권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폐 중 가장 고액권인 만큼 위조방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만원권 지폐가 위조인지를 구분해낼 수 있는 첨단기술은 바로 홀로그램 띠(hologram stripe)다. 지폐 앞면 왼쪽 끝 부분에 부착한 특수필름 띠를 일컫는다.

이 띠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3가지 무늬가 있다. 이 홀로그램은 위조할 수 없는 첨단기술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 홀로그램을 제조하는 기술과 소재는 선진국에서 수입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를 수입하지 않아도 위조방지 지폐를 만들 수 있다. 국내 첨단 고분자 소재 업체인 노아화학(대표 김대웅)이 이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 장안리에 있는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수성 홀로그램 제조 기술을 개발,특허를 출원했다.

이번에 이 회사가 개발한 수성 홀로그램 제조기술은 독일 등에서 사용 중인 유성 홀로그램 제조기술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유성 홀로그램은 솔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재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성 홀로그램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최고의 녹색성장 기술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노아화학은 홀로그램 기술을 이미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세계 2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외국 화폐에도 쓰이고 있을 정도다. 김대웅 대표는 "외국 화폐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수입업체의 반발로 수출이 어려워질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그럼에도 현재 외국 화폐 가운데 노아화학의 원천기술과 소재를 쓰고 있는 국가 한 곳만 밝혀 달라는 질문에 "현재 중국에서 통용되는 위안화가 노아화학의 원천기술과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아화학은 2001년 10위안짜리 지폐에 원천기술을 공급한 데 이어 100위안짜리 등 모든 중국 지폐에 공급 중이다.

현재 통용 중인 100위안짜리 지폐를 보면 앞면에 마오쩌둥의 얼굴이 나오고 뒷면에 은색선이 붙어 있다. 이 은색선이 바로 위조방지용 홀로그램 띠다.


홀로그램이란 본래 입체적으로 보이는 사진을 말한다. 때문에 영상이 3차원으로 나타난다. 홀로그램은 홀로그래피 원리를 활용한 것.이 원리는 레이저에서 나온 광선을 2개로 나눠 하나의 빛은 직접 스크린을 비추게 하고,다른 빛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물체에 비춘다.

이때 직접 스크린을 비추는 빛을 기준광(reference beam)이라 하고,물체를 비추는 빛을 물체광(object beam)이라고 한다. 물체광은 물체의 각 표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이므로 물체 표면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 이용해 원본과 같은 진동수를 가진 파동만이 3차원으로 재현된다. 이 기술을 활용,위조지폐나 짝퉁을 가려낸다. 노아화학은 바로 이 기술로 위조지폐나 짝퉁을 가려내는 것이다.

이 회사의 고분자 소재기술은 홀로그램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이미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명품 회사들도 가죽 제품의 겉면을 처리하는 이 회사 기술을 도입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죽 제품의 표면이 피부처럼 부드러운 것도 바로 이 회사의 첨단 기술 덕분인 셈이다.

이 밖에도 이 회사는 신용카드를 복제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소재,상품권과 입장권의 위조방지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시드니올림픽과 베이징올림픽 입장권도 이 회사의 기술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한국조폐공사와 KT&G 등이 고객이다.

노아화학은 최근 들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캔버스에 곧바로 인화할 수 있는 '캔버스 전용 도포제 제조기술'도 내놨다. 곧 코팅기술을 이용한 '유리타일'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강화유리에 타일이나 대리석의 무늬를 코팅하는 기술로 고급 건축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고분자공학 박사다. 고분자 소재를 연구개발하는 일에만 35년을 바쳤다. 그는 "중소기업도 이제 세계 1위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 덕분에 세계 1위 고지가 눈앞에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 양저우에 양저우노아화학유한공사라는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요즘 위안화 강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공급하는 부품이 짝퉁이라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짝퉁은 가려내기가 그만큼 어렵다. 이로 인해 짝퉁을 가려낼 수 있는 홀로그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감안,노아화학은 12일 오후 3시 한국무역협회 1202호에서 지식경제부 주최로 여는 기업설명회(문의 031-358-4115)에서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 회사는 이미 고분자 합성수지 조성물과 관련한 여러 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홀로그램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