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잘해야 3할이다. 역으로 수비는 못해도 7할은 막아야 한다. 3할의 ‘창’을 든 팀 보다 7할 이상의 ‘방패’를 든 팀이 유리한 셈이다. ‘수비’가 강한 팀을 쉽게 이기기 힘든 이유다.

9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아시아지역 예선 1라운드 한국-일본전은 이런 ‘수비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한국은 ‘봉타나’ 봉중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게임의 절반을 책임지면서도 볼넷 없이 단 3안타만 내줬다. 일본 정예 ‘사무라이’들의 칼을 완벽하게 봉쇄한 것이다.

봉중근의 위력은 1루를 커버하는 수비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와 함께 1회말 나카지마의 공을 이종욱이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낸 것도 초반 흐름을 한국으로 끌고 온 요인이었다.

봉중근을 이어던진 투수들도 철벽이었다. 정현욱은 한국팀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매김했고 마무리로 나선 임창용도 ‘언터처블’이었다.

일본 역시 수비 하나로 버텼다. 자칫 한국팀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갈 수 있는 상황마다 일본의 일급 수비가 빛을 발했다. 3회초 정근우가 3루에서 횡사하고 김태균이 2루에서 견제사 당한 장면이 대표적.

4회와 7회에도 연이어 깔끔한 병살 플레이가 나왔다. 공을 잡기 전에 미리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는 촘촘한 일본 수비가 한·일전을 끝까지 팽팽하게 이끌었다.

이날 한국과 일본의 대결은 명품 수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시합이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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