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다소 진정된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펀드에서는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주식보다 채권 투자 쪽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전 세계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중국 브라질 등에 많이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에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12억87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전무는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이나 경제성장률을 보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낫다"며 "이머징마켓 내 중국 등 아시아쪽으로는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투자펀드는 올 들어 자금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2차 금융위기 불안감이 고조된 지난달 미국 펀드는 228억달러나 순유출됐다. 미국 펀드는 올 들어 374억달러가 순유출되면서 지난해 전체 순유입 규모(101억달러)보다 많은 자금이 이미 빠져나갔다. 이는 또 2007년 연간 순유출 규모(104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GM(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 빅3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등 금융 및 실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투자펀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펀드는 지난해 금융위기가 촉발된 10월에만 51억달러가 순유출됐을 뿐 11월과 12월에는 각각 69억달러,202억달러가 순유입되는 등 자금흐름이 좋았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형펀드 내 자금이 순유입 추세로 돌아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찬익 전무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 은행이 디레버리징(부채털기) 과정에 있다"며 "세계 경기의 바닥을 어느 정도 확인하는 시점까지 자금은 꾸준히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이 풀려 불확실성이 가시면 자금은 이동할 것"이라면서도 "펀드 자금은 모든 것이 확인되고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둔화되는 하반기에나 재차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은 주식보다는 채권 비중을 늘리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HSBC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1분기에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3%로 지난해 4분기 50%보다 줄었다. 반면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답은 57%로 지난해 50%보다 증가했다. 존 고다드 HSBC 최고 개인금융 책임자는 "부정적 경제지표와 각국 증시의 불확실성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의 투자처가 보수적인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김재후/이태훈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