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의 재무장관들은 8일 룩셈부르크에서 긴급 회동을 갖는다. 이례적인 이번 모임의 주제는 '조세피난처(Tax Haven)'.세 나라가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르니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이미 지난 1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스위스에 대해 대표적인 조세피난국이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이 조세피난처와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국 정부는 최근 경기부양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되자 조세피난처 단속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4일 미 상원 재정위원회 증언을 통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세금 누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업들이 세금 탈루를 위해 역외 조세피난처를 활용하는 것을 제재할 더 강력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과 개인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대규모 재정적자를 물려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도 조세피난처에 대한 강력한 제재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 미국을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4일 미 의회 연설에서 "전 세계가 뜻을 모아 해외 조세피난처들을 불법화한다면 고객들의 자산이 얼마나 안전해지겠는가"라며 단속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조세피난처 문제는 다음달 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의제에 오를 예정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EU가 G20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처 국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음성소득은 막대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금이 전혀 없거나 명목적인 세금만 유지하고 있는가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엄격한가 △자금흐름이 불투명한가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유럽의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안도라 영국령 맨섬,중남미의 케이맨제도 버뮤다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등 35개국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했다.

이들 국가에 빼돌려진 자금만 현재 7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탈세 규모가 G20 국가 모두를 합치면 1000억파운드(약 222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