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도 '강약중강약'으로 이어지는 리듬이 있다. 자신의 몸체만한 회사를 섣불리 집어삼켰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기업들이 생기는 것은 이런 리듬을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LS는 지난해 '강(强)'의 세기를 지닌 대어를 인수했다. LS그룹의 주력기업인 LS전선의 몸집과 비슷한 북미 최대 전선회사인 수피어리스에식스사가 그 대상이었다. LS그룹이 이 회사 인수에 들인 돈은 약 1조원.LS는 지난해 투자를 기반으로 올해는 신사업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투자를 10% 정도만 늘리는 대신 효율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최근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각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해 이례적으로 '회장과의 만남'시간을 가졌다. 올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구 회장은 "올해가 LS에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경기침체 등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점 과제 실행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언급한 9가지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을 비롯해 LS산전의 전력기기 브랜드 차별화, 미국 수피어리어에식스 사업 정상화, LS니꼬동제련의 종합 리사이클링 사업 강화, LS엠트론의 트랙터 북미시장 공략 등이다.

LS 관계자는 "9개 중점과제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그룹 경영계획 중 가장 중요한 이슈들"이라며 "위기 때 착실하게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만이 위기가 지난 후에 과실을 거둘 수 있다는 회장님 지론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LS는 이에 따라 올해 LS전선과 LS산전,LS엠트론,LS니꼬동제련 등 4개 자업회사를 통해 매출 9조5000억원, 영업이익 51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LS 계열사 가운데 신사업 확보에 가장 발벗고 나선 곳은 LS산전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회사의 신사업 진행 계획을 보면 '변신'에 가까울 정도로 보폭이 크다. LS산전은 올해 연료전지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전력기기, 미래형 자동차 전장부품, 녹색전력 정보기술(IT) 분야 등 4개 사업을 신사업으로 정했다. 전기요금을 집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용 스마트 계량시스템도 개발해냈다.

정부 녹색전력 IT사업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전기요금과 누진상태를 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일반 가정이 절약할 수 있는 전력량은 기존 대비 약 13%에 달한다.

전기자동차 부품 사업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이탈리아 전기차 개조업체로부터 전기자동차용 핵심부품인 전기차용 인버터(PCU) 110대분을 수주했다. 미국 피닉스사와 전기자동차 전장품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