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향후 10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입니다. "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상품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는 3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증시는 불안정한 흐름이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로저스는 "원자재는 암울한 세계경제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망한 섹터"라며 원자재 투자가 유망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금은 물론 작년 배럴당 140달러 이상이던 가격이 40달러대로 폭락한 원유도 저점에 도달해 눈여겨볼 것을 주문했다.

로저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보유하고 있는 금이 시장에 나오면 금값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지만,장기적으로 보면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원유도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다"며 "미국 오바마 정부 등 각국의 녹색성장 정책이 추진되더라도 향후 20년 동안은 원유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구리 철 등 비철금속 가격도 지금이 바닥"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최근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화 가치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규모 부채와 조선산업이 불투명해 전망을 하지 못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자금 유출입이 어려워 당분간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로저스는 1999년 부도상태였던 국내의 한 경구피임약 회사 주식을 사들여 15배의 시세차익을 낸 이후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 시장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다. 그는 "중국 증시는 작년 낙폭 과대로 현재 가격이 매우 낮은 상태"라며 "중국 정부가 경제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이후로 중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저스는 또 글로벌 증시가 안정되려면 미국 정부는 부실 기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고정 환율제를 존치할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향후 몇 년간 증시는 중 · 단기 트레이더들만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저스는 한국경제신문 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으로 "역사를 뒤돌아 보고,더 넓은 세상을 둘러볼 것(Read more history.See more of the world)"을 권했다. 과거 경제 위기 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실제 현장에선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직접 보면 투자에 대한 답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1990년부터 22개월간 오토바이로 52개국을 달린 데 이어 1998년부터는 3년간 승용차로 116개국을 돌았다.

짐 로저스는 월가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만들었던 퀀텀펀드에서 37세이던 1980년 손을 뗀 뒤 세계 각국의 저평가된 주식과 상품,외환시장에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해 10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그는 2003년에 태어난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2007년에 미국 뉴욕 맨해튼의 집을 정리하고 싱가포르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