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날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층 포근해진 날씨로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싸늘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주말 12년만에 최저치로 후퇴한 미국 증시와 원·달러 환율 급등, 프로그램 매물 폭탄을 동반한 수급 악화로 총체적 난국이 펼쳐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조만간 1000선을 시험받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1000선 지지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이번 주는 증시의 단기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일 코스피 지수는 1040선에서 출발한 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1020선으로 미끄러졌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대로 폭등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와 달러 매수 심리 확대가 환율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의 선물매도가 지속되면서 베이시스가 악화돼 프로그램 3800억원(오전 11시7분 기준)이 넘는 매물 폭탄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개인이 3000억원 넘게 순매수에 나선 덕분에 간신히 1020선을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처럼 '3월 위기설'의 핵심에 서 있는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과 해외 증시 악화로 조만간 증시가 1000선을 위협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상황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달러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원화 약세의 중요한 배경이지만, 내부적으로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유동 외채가 외환보유고(2017억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작년말 환율 안정에 크게 기여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도 절반 이상 소진됐으며, 1월 무역수지가 33억5000만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성 팀장은 "환율이 하락 안정하려면 정책 당국의 시장개입 조치 외에 기대할 만한 요인이 없다"며 "2~3월 무역수지의 흑자전환 가능성이 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금 만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1000선이 아닌 작년말처럼 900선마저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3월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은 대부분 코스피 월저점을 1000선 아래로 잡았다. 대신증권은 900~1140선, 하나대투증권은 980~1310, 한화증권은 940~1180을 예상범위로 내놨다.

다른 의견도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전망을 내놨는데, 중국의 내수 회복 조짐에 한국 증시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지목하고 지수의 추가하락보다 반등을 점쳤다.

KB증권도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금 만기는 3월을 고비로 빠르게 안정될 전망이고, 4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금 역외송금의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작년 외국인 배당금이 2007년의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김성노 수석연구원은 "원화가치는 2009년 3월을 분수령으로 4월부터는 빠른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