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모임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먼저 성격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에 강한지,약한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애니어그램을 활용하는 테스트인데 저는 충성심이 강한 반면 안전을 중시하는 소심파로 분류됐습니다. 이런 성격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끙끙 앓는 버릇이 있다는 진단과 함께 주위사람과 터놓고 말하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여부를 떠나 제 성격을 생각하면서 또다른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은 기억입니다.

스트레스를 잡으려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게 세상사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요즘 금융시장에선 '스트레스'란 말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주가나 환율을 지켜보는 시장참가자들이 스트레스에서 시달리고 있는 탓입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이번 경제위기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되는 것도 스트레스가 부각되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미 정부는 자산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생존력이 어느정도인가를 판단하는 작업을 4월 말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최악의 시나리오)를 견디지 못하는 은행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개미투자자들이 '쪽박'을 찰 수밖에 없는 것도 스트레스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주가가 오를라치면 "남들이 돈 버는데 나라고"하면서 덥썩 상투를 잡는 우를 범하곤 하지요.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쉽게 투매전선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스트레스는 받습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물리치느냐입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해서 퇴치한다고 말하고,또다른 사람은 음식을 먹어서 해소한다고 말합니다. 술을 마셔 날려버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스트레스의 원인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직이나 특정인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럴 땐 마음을 비우려는 노력이 가장 좋은 퇴치법일 수 있지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의 이 봄.마음을 비우는 훈련에 나서보심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