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문방-외통위 점거..한 "野퇴장시 표결처리"

김의장 "상임위, 27일까지 법안심사 완료해달라"


미디어 관련법 기습 상정으로 조성된 냉각 정국 속에 26일 국회 상임위 활동이 사실상 마비되는 등 파행이 이어졌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회기가 얼마남지 않은 2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들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교착 정국의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2월 국회 본회의 일정이 27일과 내달 2일 두번 남아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이 '본회의 직권상정'과 관련, 첫 계기가 되는 27일 어떤 행보를 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미디어관련법 기습상정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어 각 상임위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야당의 저지를 뚫고 법안처리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희태 대표는 소속의원들에게 "자신이 법안처리의 최고 책임자라는 생각을 갖고 가일층 애써달라"고 독려했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원장과 위원들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야당이 퇴장하면 표결처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쟁점법안과 관련된 국회 의사일정을 대부분 거부했고, 기습 상정 직후부터 점거 중인 문방위 회의장에서 이틀째 규탄 의원총회를 열고 이른바 'MB악법'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정세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또 한 번 국회를 파괴했다"며 "우리 모두 똘똘 뭉쳐 MB악법을 막고 의회주의를 지켜내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총 직후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한편 대국민 사죄와 고흥길 문방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 문방위, 외통위, 정무위, 정보위 등 쟁점법안이 계류된 상임위의 경우 실력저지키로 의견을 모으고, 타 상임위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항전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김형오 의장은 이날 오전 여야 3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주선했지만 민주당이 불참함에 따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및 선진과 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등을 연쇄 면담했다.

'본회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김 의장은 이날 오후 별도 성명을 통해 "어제 국회의장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 국회의 정상적 의사진행과 민주주의 원칙 수호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면서 "해당 상임위는 내일(2월27일)까지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를 모두 완료해 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여야간 대치가 심화되면서 외교통상통일위와 정무위 등도 파행을 거듭했다.

특히 한미 FTA 법안 처리가 걸린 외통위는 민주당이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까지 총동원해 일찌감치 위원장석을 점거하는 등 실력저지에 나서는 바람에 진통을 겪었다.

정무위의 경우 한나라당은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금산분리완화법안과 출총제폐지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한 대체토론을 진행하려 했지만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이 일제히 회의장 앞에서 반발하면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