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거스 히딩크(63)의 배고픔(?)은 사라질까.

26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스탬퍼드브리지에서 치러진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첼시의 승리를 지휘한 히딩크 감독의 첫 소감은 "솔직히 만족할 수 없다"였다.

지난 11일 첼시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이날 이탈리아의 강호 유벤투스를 상대로 디디에 드로그바-니콜라 아넬카-살로몬 칼루를 최전방 스리톱으로 내세운 4-3-3 전술로 경기를 압도하면서 드로그바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데뷔전부터 애스턴 빌라와 쌓였던 첼시의 '10년 원정무승' 징크스를 깼던 히딩크 감독은 이날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유벤투스를 잡고 2연승을 거두면서 '히딩크 매직'의 실체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유벤투스전을 끝내고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솔직히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초반 15~20분 사이에 위기가 있었다"라고 경기력을 질책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연승을 거두면서 남겼던 "난 아직 (승리에) 배가 고프다"라는 말의 연장선으로 2차전 원정에서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히딩크는 이어 "물론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낸 게 다행"이라며 "유벤투스는 공수 균형이 잘 갖춰진 팀이다.

페널티지역에서 항상 위협을 주는 팀인 만큼 2차전도 힘들 것"이라고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또 "우리는 항상 득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럴수록 더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승리를 다짐했다.

그렇다면 히딩크는 위기에 빠졌던 첼시에 어떤 마법을 부렸을까.

무엇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태극전사들을 90분 동안 지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게 해줬던 '체력'이 첫 번째 요소로 손꼽힌다.

히딩크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시절 첼시 주전급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처럼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경기를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존 테리를 비롯해 프랭크 램퍼드 등 주요 선수들 역시 스콜라리 감독의 훈련이 너무 느슨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히딩크식 '파워 트레이닝'은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히딩크는 "드로그바와 아넬카가 지쳐서 경기 막판에 제 구실을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챔피언스리그 같은 고난도 경기에서는 최상의 체력이 바탕이 돼야만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히딩크 감독의 특기로 유명한 선수단 장악력이다.

스콜라리 감독 시절 부진했던 '득점 기계' 드로그바의 부활은 히딩크 감독의 작품이다.

스콜라리 체제에서 선발출전보다 교체선수로 활용됐던 드로그바는 히딩크 감독의 부임과 함께 선발 공격수로 복귀했다.

히딩크는 "드로그바는 전혀 문제없다"라고 단정했고, 사기가 오른 드로그바는 유벤투스전에서 결승골로 히딩크 감독의 결단에 화답했다.

그는 특히 "훈련 첫날 동기부여가 필요한 선수는 없었다.

만약 그럴 필요가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아마 나랑 싸웠거나 아예 무시했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