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정부가 전철역 이름 사용권을 기업에 판매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두바이 도로교통공사(RTA)에 따르면 RTA는 현재 건설 중인 두바이메트로 레드라인과 그린라인 47개 역 중 23개 역의 이름 사용권을 팔고 있다.

현재까지 기업에 판매된 역은 모두 10개 역. RTA는 이들 역 이름의 사용권을 10개 기업에 10년간 제공하는 대가로 모두 18억디르함(한화 7천2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그러나 두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나머지 13개 역 이름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연간 역 이름 사용권 가격이 최저 600만디르함, 한화로 24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허리띠를 조금이라도 더 졸라매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광고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한화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광고에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이미 선정된 10개 기업도 나크힐, 테콤 등 대부분 두바이 정부 소유의 기업이거나 공공기관이어서 순수한 수익 창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철역 이름을 기업에 판매하겠다는 두바이 도로교통공사(RTA)의 방침은 지난해 4월 발표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삼성전자역, 현대자동차역이 생기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고 정부로서는 수익을 통해 건설비 등을 충당할 수 있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RTA는 입찰 대상이 아닌 나머지 24개 역 중 15개 역은 고유 지명 위주로 이름을 지을 예정이다.

나머지 9개 역의 이름 사용권은 공개 입찰 이전에 이미 두바이 핵심 기업 및 금융기관에 할당됐다.

RTA 관계자는 현지 일간 걸프뉴스를 통해 "역 이름을 사용하게 해 달라는 기업들은 많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거절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돈에 연연하지 않고 역 위치 및 우리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역 이름 사용권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미쓰비시가 수주해 건설 중인 두바이메트로는 오는 9월 9일 개통 예정인 레드라인(54km)과 2010년 3월 개통 예정인 그린라인(22km)으로 구성돼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