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JYP 창업자 박진영 이사‥춤ㆍ노래로 성공한 '딴따라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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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떡잎' 한눈에 알아보는 깐깐한 승부사
'Are You A Leader(당신은 리더인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음악회사 JYP의 본사 엘리베이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사내 곳곳에는 '리더는 듣는다''리더는 연구한다''리더는 변화한다' 등 바람직한 리더상에 관한 글귀가 붙어 있다. 모두 이 회사 오너인 박진영 이사(37)가 직접 썼다.
그는 직원들이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리더가 된다면 JYP도 전 세계 최고의 음악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소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스스로 리더가 되도록 독려하고,그 방법도 일러준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는 하루를 시간,분,초로 쪼개 계획을 세워 일한다면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 자신이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미국 음악시장 진출을 위해 JYP 미국법인장을 맡아 1년 중 10개월은 뉴욕에서,2개월은 한국에서 머문다. 어느 곳에 있든 잠시도 쉬지 않는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한국에 왔을 때의 일정을 보자.
20일 오전 7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본사로 직행,원더걸스 공연(28일 태국 방콕 예정) 관련 회의를 가진 뒤 오후에는 원더걸스의 녹음작업을 지휘했다. 저녁에는 배우 배용준과 합작 드라마 제작 관련 회의를 갖는 등 3일을 모두 이런 식으로 보냈다.
심지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곡을 쓴다. 원더걸스를 비롯한 소속 10여팀의 앨범 타이틀곡을 전부 이렇게 만들었다. 그가 키워낸 그룹 god와 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수로 출발해 작사 · 작곡가,프로듀서,안무가,댄서,스타일리스트를 거쳐 비즈니스맨까지 음악 전 분야에 관여했다. 그동안 앨범차트 1위에 올려놓은 곡만 32개나 된다.
요즘 국내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복고풍 노래 열풍도 그가 쓴 원더걸스의 '텔미'가 시초였다. 서양의 팝뮤직을 접목한 그의 곡들은 해외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뮤직'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가 치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뮤직 비디오를 제작할 때 백댄서의 손목 각도가 메인 댄서의 그것과 다를 때,한 명씩 벽에다 선을 긋고 여기에 손목 각도가 부합될 때까지 반복 연습을 시킨다.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독불장군 스타일은 아니다. 중대 사안에서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심사숙고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린다. 뉴욕법인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는 문제도 본사 정욱 대표와 먼저 상의한다.
정 대표는 "박진영과 대화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스펀지처럼 흡수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사람을 믿고 모든 일을 맡긴다. 본사와 중국법인은 각 대표들의 책임경영 체제 아래 두고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소박하고 감성적이다. 어느 겨울 밤,원더걸스 팬들이 사무실 밖에서 서성대자 인근 분식점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직접 사다 줬다.
그에게는 퇴폐적인 이미지가 따라붙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실생활은 샐러리맨처럼 규칙적이며 검소하다는 것.
인기 절정이던 1990년대 후반 "섹스는 게임'이라는 말을 해서 파문을 던졌는데,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연인 관계일 때 국한된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는 룸살롱에 가지 않고,춤출 수 있는 클럽에 간다. 독주는 사양하고 맥주와 와인 등 순한 술만 약간 마신다.
매일 밤 1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규칙적으로 잠자고,한 시간씩 운동한다. 소속 가수들은 밴을 타지만 자신은 '카니발'을 몬다. 대부분의 연예인들과는 다른 생활 패턴이다.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댄서로선 '환갑'이 지난 나이건만 지난해 말 전국 투어 무대에 직접 섰다.
그는 틈나면 책을 읽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뉴욕에선 주말에 센트럴파크에서 종일 책을 읽는 날이 많다. 음악뿐 아니라 예술,정치,경제 서적 등 광범위하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던 와중에는 정치 구조를 주변인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해 칸에서 열린 음악박람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설 만큼 그의 영어 실력은 발군이다.
학업 성적도 상위권이어서 연세대 지질학과와 정치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평소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샐러리맨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음악사업에서 창의성으로 번뜩이고 있다.
약점도 있다. 그는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최근에도 영화를 본 뒤 극장에 휴대폰을 놓고 나오는 등 매년 휴대폰 분실사고를 당한다. 그때마다 새 휴대폰을 사서 번호를 다시 입력하는 법석을 떨어야 한다. 또 자신의 생각에 몰두할 때면 누가 곁에서 인사를 해도 모른다. 이 때문에 '냉정하다''건방지다'는 얘기도 듣는다.
연예인으로서 '끼'는 타고 났다. 고교시절 학생회장 선거에서 춤 실력을 내세우며 유세를 해서 당선됐다. 작곡은 대학 시절 신승훈의 곡을 썼던 김형석씨로부터 배웠다.
당시 음반사에서 김건모와 신승훈의 백댄서로 일했지만'못생겼다'(별명이 '섹시 고릴라'다)고 가수로 데뷔시켜주지 않았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에게도 퇴짜를 맞은 뒤 직접 곡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일에는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가수 트레이닝 시스템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법인에서 이 시스템으로 훈련시켜 지난해 데뷔시킨 중국인 리우진은 올들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시장 진출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시스템으로 훈련시킨 임정희,민,원더걸스,G소울 등의 앨범을 미국에서 올해 발매할 계획이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도전과 비전의 리더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서울 청담동에 있는 음악회사 JYP의 본사 엘리베이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사내 곳곳에는 '리더는 듣는다''리더는 연구한다''리더는 변화한다' 등 바람직한 리더상에 관한 글귀가 붙어 있다. 모두 이 회사 오너인 박진영 이사(37)가 직접 썼다.
그는 직원들이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리더가 된다면 JYP도 전 세계 최고의 음악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소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스스로 리더가 되도록 독려하고,그 방법도 일러준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는 하루를 시간,분,초로 쪼개 계획을 세워 일한다면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 자신이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미국 음악시장 진출을 위해 JYP 미국법인장을 맡아 1년 중 10개월은 뉴욕에서,2개월은 한국에서 머문다. 어느 곳에 있든 잠시도 쉬지 않는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한국에 왔을 때의 일정을 보자.
20일 오전 7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본사로 직행,원더걸스 공연(28일 태국 방콕 예정) 관련 회의를 가진 뒤 오후에는 원더걸스의 녹음작업을 지휘했다. 저녁에는 배우 배용준과 합작 드라마 제작 관련 회의를 갖는 등 3일을 모두 이런 식으로 보냈다.
심지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곡을 쓴다. 원더걸스를 비롯한 소속 10여팀의 앨범 타이틀곡을 전부 이렇게 만들었다. 그가 키워낸 그룹 god와 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수로 출발해 작사 · 작곡가,프로듀서,안무가,댄서,스타일리스트를 거쳐 비즈니스맨까지 음악 전 분야에 관여했다. 그동안 앨범차트 1위에 올려놓은 곡만 32개나 된다.
요즘 국내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복고풍 노래 열풍도 그가 쓴 원더걸스의 '텔미'가 시초였다. 서양의 팝뮤직을 접목한 그의 곡들은 해외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뮤직'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가 치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뮤직 비디오를 제작할 때 백댄서의 손목 각도가 메인 댄서의 그것과 다를 때,한 명씩 벽에다 선을 긋고 여기에 손목 각도가 부합될 때까지 반복 연습을 시킨다.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독불장군 스타일은 아니다. 중대 사안에서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심사숙고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린다. 뉴욕법인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는 문제도 본사 정욱 대표와 먼저 상의한다.
정 대표는 "박진영과 대화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스펀지처럼 흡수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사람을 믿고 모든 일을 맡긴다. 본사와 중국법인은 각 대표들의 책임경영 체제 아래 두고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소박하고 감성적이다. 어느 겨울 밤,원더걸스 팬들이 사무실 밖에서 서성대자 인근 분식점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직접 사다 줬다.
그에게는 퇴폐적인 이미지가 따라붙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실생활은 샐러리맨처럼 규칙적이며 검소하다는 것.
인기 절정이던 1990년대 후반 "섹스는 게임'이라는 말을 해서 파문을 던졌는데,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연인 관계일 때 국한된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는 룸살롱에 가지 않고,춤출 수 있는 클럽에 간다. 독주는 사양하고 맥주와 와인 등 순한 술만 약간 마신다.
매일 밤 1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규칙적으로 잠자고,한 시간씩 운동한다. 소속 가수들은 밴을 타지만 자신은 '카니발'을 몬다. 대부분의 연예인들과는 다른 생활 패턴이다. 이런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댄서로선 '환갑'이 지난 나이건만 지난해 말 전국 투어 무대에 직접 섰다.
그는 틈나면 책을 읽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뉴욕에선 주말에 센트럴파크에서 종일 책을 읽는 날이 많다. 음악뿐 아니라 예술,정치,경제 서적 등 광범위하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던 와중에는 정치 구조를 주변인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해 칸에서 열린 음악박람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설 만큼 그의 영어 실력은 발군이다.
학업 성적도 상위권이어서 연세대 지질학과와 정치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평소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샐러리맨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음악사업에서 창의성으로 번뜩이고 있다.
약점도 있다. 그는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최근에도 영화를 본 뒤 극장에 휴대폰을 놓고 나오는 등 매년 휴대폰 분실사고를 당한다. 그때마다 새 휴대폰을 사서 번호를 다시 입력하는 법석을 떨어야 한다. 또 자신의 생각에 몰두할 때면 누가 곁에서 인사를 해도 모른다. 이 때문에 '냉정하다''건방지다'는 얘기도 듣는다.
연예인으로서 '끼'는 타고 났다. 고교시절 학생회장 선거에서 춤 실력을 내세우며 유세를 해서 당선됐다. 작곡은 대학 시절 신승훈의 곡을 썼던 김형석씨로부터 배웠다.
당시 음반사에서 김건모와 신승훈의 백댄서로 일했지만'못생겼다'(별명이 '섹시 고릴라'다)고 가수로 데뷔시켜주지 않았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에게도 퇴짜를 맞은 뒤 직접 곡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일에는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가수 트레이닝 시스템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법인에서 이 시스템으로 훈련시켜 지난해 데뷔시킨 중국인 리우진은 올들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시장 진출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시스템으로 훈련시킨 임정희,민,원더걸스,G소울 등의 앨범을 미국에서 올해 발매할 계획이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도전과 비전의 리더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