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용지생산업체인 무림페이퍼가 지난해 인수한 국내 유일의 펄프회사인 동해펄프 공장 내에 2011년 상반기까지 4000억원을 투자,국내 최초로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을 짓는다.

김인중 무림페이퍼 사장(무림SP,동해펄프 사장 겸임 · 사진)은 22일 울산에 있는 동해펄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대로 9만㎡ 부지에 연산 45만t규모의 일관화 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림페이퍼가 공장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공장 폐쇄 등이 잇따르는 위기상황을 거꾸로 이용,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제지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까지 기계(초지기) 선정 및 해외 발주를 끝내고 오는 10월 공장을 착공,2011년 상반기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펄프는 우드(목재) 칩을 고온 · 고압으로 삶아 만들어진 액체 형태의 섬유소에 약품을 넣어 표백 과정 등을 거쳐 건조시켜 만든다. 국내 제지회사는 건조된 펄프를 수입하거나 동해펄프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한다. 무림페이퍼가 건설할 일관화 공장은 이처럼 건조과정을 거치지 않은 액체 상태의 펄프를 곧바로 공급받아 종이를 만들게 된다. 김 사장은 "일관화 공장의 특성상 펄프를 건조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스팀에너지와 작업비,인건비 등 원가를 경쟁사보다 15~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펄프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손상되는 펄프의 강도를 원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종이 품질도 높일 수 있다.

투자자금과 관련,김 사장은 "2000억원은 확보된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차입할 계획"이라며 "경기침체로 초지기 가격이 떨어지면서 최근 해외 설비업체들로부터 장기 파이낸싱 등의 조건으로 초지기를 팔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종이 공급량이 줄고 있어 45만t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더라도 내수공급 과잉 우려가 없다"며 "생산제품은 내수와 수출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림페이퍼는 2011년 상반기 일관화 공장이 가동되면 연산 100만t의 인쇄용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며 100여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 또 무림SP(특수지) 등 공장 간 생산지종 조절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김 사장은 "기존 진주공장(연산 55만t)의 인쇄용지 생산량 가운데 연산 20만t규모를 동해펄프 공장에서 생산하고 진주공장에선 다른 종류의 인쇄용지나 특수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림페이퍼는 펄프의 주원료가 되는 목재칩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조림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현재 2만~7만㏊ 규모의 동부지역 2개 지역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며 "조림사업이 확정되면 조림-펄프-제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림페이퍼는 내년 중 동해펄프의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다.

울산=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